제도금융의 공백을 채우는 사회연대경제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의 문이 닫혀 있다. 이 현실 속에서 사회연대경제조직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설립된 '더불어사는사람들'은 무담보·무이자로 소액을 빌려주는 조직이다. 후원금을 재원으로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차상위계층, 신용회복 및 파산 경험자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15년간 1만860명이 이 조직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소액과 믿음이 만드는 90% 상환율

가장 주목할 특징은 상환율이다. 15년 누적 데이터에 따르면 대출금을 갚은 사람이 90%에 달한다. 이창호 대표는 비결을 명확히 설명한다. 소액(10만 원), 신용을 쌓는 경험, 믿음이 높은 상환율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초기에는 신용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면 심사를 거친 뒤 100만 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전국의 쇄도한 대출 요청을 감당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액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단순한 구조가 역설적으로 높은 상환율을 만들어냈다.

13년간 290배 성장한 사업 규모

시장 규모에서도 수요의 크기가 드러난다.

  • 2012년 연간 대출 잔액: 3000만 원
  • 2025년 대출 잔액: 8억8000만 원
  • 2026년 8월 누적 대출: 50억 원 돌파 예정

13년 사이 대출 잔액이 약 290배 증가했다. 제도금융의 사각지대에 있던 실제 수요를 보여주는 수치다. 2026년 현재 이 조직은 금융위원회의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정책서민분과 민간위원으로 참여 중이며, 정부가 이 모델의 가치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

벌금 미납자까지 포함하는 확대된 포용성

대출 대상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차상위계층에서 시작해 현재는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 수용이 임박한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대출을 받아 벌금을 납부하고 갚은 후, 일부는 다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후원자로 돌아온다. 이는 단순한 금융 서비스가 아닌 신용 회복을 통한 사회 재통합을 의미한다.

신용 회복 중심의 새로운 금융 접근

한국은 그동안 빚 탕감(채무조정, 개인회생, 파산 면책)에 중심을 뒀다. 이는 이미 문제가 된 채무를 처리하는 사후 대응이다. 반면 사회연대경제는 신용을 다시 쌓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신용 회복을 통해 정상적인 금융시장으로의 재진입을 돕는 모델인 것이다.

2026년 현재 정부의 포용금융 전략도 이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단순한 빚 탕감보다 신용 회복 경로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결론

파산과 저신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반드시 큰돈이나 획기적 정책만은 아니다. 때로는 믿음과 함께 10만 원의 소액이, 신용을 다시 쌓을 수 있다는 경험이 삶을 변화시킨다.

현재 저신용자 또는 파산 경험자라면:
- 지역 사회연대경제조직 또는 사회적금융 기관 문의하기
- 소액 대출부터 신용 회복 경로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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