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줄을 서는 동안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약속 시간까지 '시간을 죽인다'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기다림 자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까요? 8월 7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하는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를 보면서 그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성수동에서 시작된 작은 깨달음
성수동의 유명한 카페나 팝업 스토어에 가보신 분이라면 경험했을 겁니다. 몇 시간씩 기다리는 줄들. 처음엔 이상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기다릴까 싶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 있다는 걸요.
창작집단 음이온의 김상훈 연출도 같은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사실 우리가 기다림을 견디는 이유는 그 끝에 뭔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해. 그렇다면 획득이나 교환 없이 오롯이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은 어떨까요? 그런 역발상이 이번 연극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375년 만의 개기일식을 함께 기다리며
연극의 배경은 흥미롭습니다. 2000년 후 375년 만에 찾아오는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극장에 모이는 설정입니다. 관객은 돗자리에 앉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동하기도 하면서 온전히 그 '기다림' 자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미국 텍사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김 연출이 봤던 것은 개기일식 현상 자체가 아니라, 공원에 모여 그 순간을 축제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선 기다림이 이미 축제였습니다.
3시간, 배우 30명이 만드는 '힐링 타임'
원래 1월의 쇼케이스 공연은 배우 11명에 1시간 러닝타임이었습니다. 이번 정식 공연(8월 7~1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은 훨씬 더 커졌습니다. 배우가 30명으로 늘어났고, 무엇보다 3시간 동안의 기다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왜 3시간일까요? 그건 백남준아트센터와의 공동 제작, 그리고 연극의 핵심을 담아낸 선택입니다. 킬링 타임이 아닌 힐링 타임이라는 연출의 말처럼, 이 시간은 서로의 시간을 회복하는 공간입니다. 극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배우와 관객이 함께 그 시간의 주인공이 되는 거죠.
획득 없는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인생은 분주합니다. 회의에서 회의로, 일에서 일로, 목표에서 목표로 끝없이 달려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거나 교환하는 것이 시간의 가치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상훈 연출이 던지는 질문은 다릅니다. 우리가 획득이나 교환의 감각에만 매몰되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잠시 멈춰봅시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무언가를 얻을 거라는 기대 없이, 그저 그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기다리는 것. 그 경험이 주는 위로는 어떨까요? 연극의 드라마투르그 정인혁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얻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대신 함께하는 것 그 자체, 오롯이 기다리는 것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
- 8월 7~1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 일정을 확인하고 관람을 고려해보세요.
- 일상 속에서 작은 '기다림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세요. 커피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산책 중 멈춰 서 있기 같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힐링이 됩니다.
- 주변 사람들과 함께 '획득 없는 기다림'이 무엇인지 대화해보세요. 그것이 이번 연극이 제안하는 경험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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