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다시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느낀 건 의외의 따뜻함이었다. 9개월간 휴실했던 대한제국실이 새 옷을 입고 돌아온다는 뉴스 말이다. 화면 너머 전시실 사진들을 보다 보면, 단순히 박물관이 한 공간을 다시 열었다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우리 스스로를 다시 만나자는 그런 의지 같은 게 느껴진다. 혹시 당신도 비슷한 마음일까.
"K외교"는 새롭지 않다, 오래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임혜경 학예연구사가 한 말이 계속 반복된다. "K외교가 바로 대한제국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에 이번 전시의 모든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K외교"라고 하면 최근 몇십 년의 외교 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전시는 다르게 본다.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근대 전환기, 우리가 이미 국제 조약에 가입하고 근대적 형식의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황제국 선포, 신식 교육 확대, 신문과 잡지의 확산—모두 자주권을 지키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건 아닐까. 학교에서 배운 몇 줄의 요약 외엔 말이다.
과거가 희미해질까 봐 하는 걱정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도, 무심한 사람도 공통적으로 하는 걱정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과거가 점점 희미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특히 아픈 역사일수록 그렇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고 했지만, 기억 자체가 어려워지는 시대다.
이번 전시는 그 걱정에 정면으로 맞선다. 박물관은 보물 7점을 포함한 유물 65점을 공개했다.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가 철거될 때 발견된 동제 상량문과 정초 은판까지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낸다. 이것들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증거들이다.
단단함을 찾는 방법
안중근 의사의 유묵. 데니 태극기—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 우리 선조들이 이렇게까지 했구나.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역사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박물관이 투명 OLED와 AI, 커브형 스크린을 활용해 영상 5종을 제작한 것도 의미가 있다. 흑백사진을 재가공한 영상 속에서 근대로 변모하는 한성의 모습을 본다. 각국 공사관들의 모습을 본다.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만난다면, 미래와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당하게 대한제국의 실체를 알리고, 역사의식을 자주적으로 고양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당당함. 그 단어가 좋다. 과거가 무겁고 아프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직시할 수 있다. 외면하지 않고 마주본다. 오늘 우리가 무언가에 흔들릴 때도, 그런 당당함이 한 발짝을 내딛는 힘이 된다.
결론
"K외교"는 어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 뿌리는 깊고 오래됐다. 이번 전시는 그것을 다시 세상 속으로 꺼내는 시간이다. 혹시 가까운 날에 용산에 갈 기회가 있다면, 대한제국실을 천천히 걸어보기를 권한다. 보물 7점, 유물 65점이 건네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그리고 지금 나에게 무엇을 의미할지를 각자가 느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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