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미국 증시는 예상 밖의 충격에 휘청였다. 연준의 금리 동결 발표 직후 나스닥 지수가 1.74% 하락했고, 같은 날 코스피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태를 맞았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심이 확산했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 반도체와 AI 관련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진짜 저점인지, 아니면 위험 신호인지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의 '매파적 동결'이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30일 기준금리를 5.25~5.50%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발표였지만, 시장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였다. 연준 의장의 발언에서 물가 불안감이 드러났고, 채권 금리가 4.67%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다우지수는 2% 이상, S&P 500은 1.5%, 나스닥은 1.74% 하락했다.

연준의 금리 정책이 경제 지표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물가가 내려가는 신호를 받아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 현재 상황에서 연준은 실질 정책금리가 실질 중립금리보다 높지 않아 금리 인하 명분이 부족한 상태다. 다만 4분기에 물가가 충분히 하강할 경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코스피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과매도 공포'의 정체

국내 증시는 더 극심했다. 코스피 지수가 29일과 30일 이틀 연속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일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하루 변동폭이 8%에 이르는 극심한 등락이 반복됐다. 특히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시장이 마비된 상태였다.

이 같은 변동성의 배경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이 컸다. 지수가 상승하면 신용 계좌의 증거금 유지 규제(3천만원)를 충족하기 위해 투매가 나오고, 이것이 다시 지수를 밀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실제로 신용 장고는 33조 원대까지 깨졌고, 반대 매매가 5%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30일부터는 ETF 신규 상장 규제가 시행되면서 이 같은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PER 3배, '역사상 가장 싼 시점'에 도달

극단적인 하락 속에서도 가치 평가는 역설적이다. 삼성전자의 PER(주가수익비율)이 현재 3배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평가되며, 이는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구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역시 12개월 선행 PBR(주가순자산배수)이 3.6배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이 사이클 산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 가격대는 이미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가정 아래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에서는 특별 배당 예고와 분기 배당 안정성, 그리고 DRAM과 NAND 부족, HBM 수주 호조 등이 언급되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28년 하반기까지 메모리 공급이 시장의 90% 수준으로 채워질 것이란 전망도 제시됐다.

AI 투자 붐에 숨겨진 함정, '가성비 게임'으로 전락

AI 인프라 투자는 생산형 AI 매출도가 과거 인터넷·모바일 혁명 대비 3배 이상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 규모는 과거의 4~5배에 달한다. 즉, 투자 대비 매출 신장 속도는 오히려 낮다는 뜻이다.

더 문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AI와 반도체 관련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한 투자자들이 매도하고 있고, 채권 입찰율도 2월의 4.3배에서 1.3배로 급락했다. AI 소프트웨어 가격도 경쟁 심화로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엔비디아 같은 칩 판매자들이 고객들의 신용 보증을 약속해주며 강제로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관·외국인의 '입 벌린' 매수, 저점 신호인가?

이 같은 공포 속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량 매수에 나섰다. 30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1조 4천억원을 매수했다. 기관도 연기금 포함해 2천억원 이상을 샀으며, 사모펀드들의 매수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PBR이 0.8배까지 떨어지며 저가 매수 대상이 됐고,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수가 들어온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저점 매수'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장기 공급 계약(LTA)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 가격이 중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의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관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장 바닥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다.

AI 혁명은 9년이 더 지속된다는 판단

전문가들은 AI 혁명이 지난 2022년 11월 시작된 이후 앞으로 최소 9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혁명이 각각 18년, 15년 지속된 것을 감안할 때 보수적 추정이다.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자본 지출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7년까지도 잉여 현금 흐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향후 케팩스(자본 지출)도 5~8% 정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다만 메타의 경우 수익 보장을 위해 골드만삭스 등 자산운용사로부터 채권 투자를 받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이는 미국 유동성이 다소 말라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시장의 가장 큰 과제는 '공포심의 해소'다. 펀더멘탈은 나쁘지 않지만, 현물 투매와 ETF 규제, 신용 계좌 압박 등 기술적 요인이 가격을 밀어내리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저점 매수는 긍정 신호지만, 반도체와 AI 투자의 수익성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주의 행동 방향:
- 30일부터 시행된 ETF 신규 상장 규제의 효과를 주시하고, 변동성 축소 여부를 확인한다.
- 4분기 물가 지표 발표를 기준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따라간다.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반도체주의 반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
- AI 관련 기업들의 분기별 자본 지출 규모와 수익성 보고를 통해 과투자 우려가 실제로 해소되는지 확인한다. 특히 메타의 피지컬 AI 개발 속도와 투자 효율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의이슈 #코스피서킷브레이커 #반도체급락 #AI투자 #연준금리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