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선도 기업 부재, 초기 시장에 나타난 규제 간극
한국의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서비스 개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2024년 9월 서울 강남에서 처음 도입된 로보택시는 현재 7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미성숙 시장에 중국의 거대 검색 포털 바이두가 움직이고 있다.
바이두는 국내 모빌리티 회사 HIM과 합작 회사 설립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HIM은 국내 1세대 자율주행 업체 언맨드솔루션과 자동차 부품 기업 효림정공의 자회사 바이오트코리아가 합병한 기업이다. 이는 해외 자율주행 기업의 한국 진출 시도로는 이례적 수준의 적극성이다.
바이두는 자사 자율주행 차량 3대의 임시운행허가 신청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아폴로고(Apollo Go)라 불리는 자사 자율주행 서비스를 국내에 본격 도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원인: 글로벌 정상과 국내 초기 시장의 '비대칭'
바이두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세계 27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며, 중국 우한 지역에서만 1000대 이상의 로보택시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도와 인프라 정비가 미진하다. 선도 기업이 없는 초기 단계의 시장이 바로 바이두에게는 '진입의 기회'가 된다. 국내 기업들이 진출을 꺼리거나 경영 리소스를 집중하지 못하는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바이두는 이 공백을 인식하고 있다. 바이두 본사 자율주행 담당 부사장급 인사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차례로 면담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비수도권 지자체 역시 로보택시 도입 의지가 크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공급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바이두는 국내 주요 플랫폼과의 협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두가 카카오모빌리티와도 꾸준히 접촉해온 만큼 향후 카카오T 플랫폼과 각종 협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진입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경로가 됨을 의미한다.
전망: 자본력의 압도성이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국면
바이두의 전략은 명확하다.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까지 '동시 공략'하는 것이다. 자본력이 풍부한 바이두는 국내 선도 기업들이 경제성 문제로 회피하는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초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국의 로보택시 시장 판도는 향후 1~2년 내에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7대 규모의 초기 단계에서 선도 기업으로 등장하는 주체가 시장 표준(de facto standard)을 정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이제 분수령을 맞은 상황이다. 제도 정비와 충분한 자본 투자를 통해 바이두의 선제 공략을 따라잡을 것인지, 아니면 특정 지역이나 기술 분야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구할 것인지 선택이 요구된다. 카카오, 현대차, SK그룹 등 국내 대형 플레이어들의 이동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의 규제 정비 속도도 관건이다. 임시운행허가 기준의 명확성, 책임 보험 체계, 지역별 운영 가이드라인 등이 신속히 정착해야 바이두의 대규모 확장도 국내 기업의 참여도 현실화할 수 있다.
결론
바이두의 합작법인 설립 추진은 한국 로보택시 시장의 공백을 노릴 수 있는 실질적 기회 창이 열렸음을 시사한다. 초기 단계의 선점자 이점이 결정적인 신기술 시장에서는 1~2년의 선행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다.
실무자 관점의 액션 아이템:
- 관련 정책 당국(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임시운행허가 및 규제 샌드박스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국내 업체의 경쟁 조건을 공평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 국내 모빌리티·자동차 기업: 비수도권 지역 사업 모델의 경제성을 재검토하거나 컨소시엄 기반 확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투자자·액셀러레이터: 초기 시장 진입에 필요한 자본 공급 시기와 규모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로보택시 #바이두 #자율주행택시 #한국모빌리티 #초기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