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시술 증가율을 훨씬 초과하는 약물 공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성형외과에 공급된 프로포폴의 증가 속도가 병원 수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성형외과 의원 수는 10.9%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프로포폴 공급량은 80만9667개에서 119만1423개로 47.1% 급증했다. 피부과의 불균형은 더욱 극명하다. 의원 수 증가율 9.9%에 비해 프로포폴 공급량은 4만3013개에서 10만6893개로 148.5%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시술 건수 증가 이상의 변화를 시사한다. 같은 기간 시술 수요 증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규모의 약물 소비 증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원인: 수면마취 활용 확대와 처방 관리 공백
수면마취의 확산
프로포폴 공급 증가의 1차 원인은 수면마취를 동반한 미용 시술의 확대로 꼽힌다. 마약퇴치연구소는 "성형 시술 등이 늘어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마약류 중독 재활시설 인천다르크의 센터장은 "의료적 필요뿐 아니라 수면마취가 병원의 수익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술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수면마취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약물 소비도 덩달아 확대된 구조다.
중복 처방 제도의 허점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돌며 의료용 마약류를 중복으로 처방받는 사례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 환자가 식욕억제제 펜디메트라진을 의료기관 28곳에서 146건에 걸쳐 5261정을 처방받았고,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또 다른 환자가 수면 유도제 졸피뎀을 27곳에서 43건에 걸쳐 996정을 처방받은 사례가 있다. 이러한 중복 처방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규제 체계의 불완전함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처방 전 투약 이력 확인을 의무화한 약물은 현재 펜타닐뿐이다. 졸피뎀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확인 대상에 포함되었으나 아직 권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변호사는 "확인 의무가 없는 약물은 의료진이 별도로 확인하지 않으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았는지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료진의 개별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약물 의존 환자의 행동 패턴을 고려할 때 실질적 억제력이 부족하다.
전망과 시사점: 실시간 관리 체계의 필요성
현재의 수익 중심 의료 제공과 분산된 처방 관리 체계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마약퇴치연구소는 "처방 정보를 즉시 입력하고, 의료기관 간 중복 처방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실시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식약처는 "개별 환자의 질환과 증상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오남용 의심 사례가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사후적 감시만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약물 유통을 충분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진료 절차의 간소화도 문제다. "짧은 진료만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고 재처방은 이보다 더 간단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은, 의료 현장에서의 진료 품질 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결론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 프로포폴 공급량이 병원 수 증가율을 3배 이상 초과하는 현상은 단순한 수요 변화가 아니라, 수익 구조와 규제 체계의 불일치가 만든 결과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의료용 마약류의 중독성 약물화 위험이 높아진다.
다음 단계로 고려할 사항:
- 졸피뎀, 메틸페니데이트 등 권고 단계 약물의 처방 의무화 추진 여부 추적
- 의료기관의 프로포폴 사용 현황과 시술 건수 간 실제 상관관계 데이터 공개 요청
- 중독 재활 시설의 환자 통계로 의료용 마약류 의존도 추세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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