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기업 오너들과 상담하다 보면 공통으로 듣는 말이 있다. "유언장은 이미 써놨습니다." 공증까지 마친 유언장을 자랑스럽게 꺼내보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만히 묻는다. "그 유언장이 정말 회사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답변은 머뭇거림 속에서 흐려진다.
비상장기업을 일궈온 세월이 길수록, 그 회사와 내 인생이 뗄 수 없이 얽혀 있을수록 이런 불안감은 깊어진다. 회사는 내 손으로 만들었지만, 내가 없을 때 그것이 제대로 지켜질까. 자녀에게 넘어갔을 때 혹은 후계자에게 넘어갔을 때 경영권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 속에서 유언장을 작성한다.
유언의 한계, 경영권 승계의 맹점
유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명확히 다르다. 유언은 "누구에게 얼마를 남길 것인가"는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 더 중요한 질문들은 답하지 못한다.
그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어떤 조건 아래에서 누려야 하는가. 누가 그것을 통제하고 결정할 것인가. 특히 비상장주식처럼 소유와 경영이 사실상 일체화된 자산은 이러한 차이가 경영권 승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내가 작성한 유언장이 자녀에게 주식을 남기는 것까지는 기록해도, 그 주식을 통해 회사를 어떻게 다루도록 할 것인지는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주식이 넘어가면 의결권도 함께 넘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내가 설계한 경영 구조가 깨지기 시작할 수 있다.
해결책, 유언대용신탁으로 경영권을 설계하다
이런 맹점을 메우는 방법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이 바로 그것이다.
신탁은 유언과 달리 경영권 관리 구조 자체를 설계할 수 있다. 신탁을 통하면 소유권과 의결권을 분리할 수 있다. 주식의 '수익권'(그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과 수익을 받을 권리)과 '의결권'(회사 경영을 결정하는 투표권)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큰아들에게는 배당금을 받을 수익권을 주되, 의결권은 믿을 수 있는 전문 경영자에게 맡기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아들이 경영 경험이 없어도 회사의 가치로부터는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동시에 경영권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지키도록 할 수 있다.
단계적 승계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의결권을 전문가에게 두고, 아들이 충분히 경영 능력을 갖춘 뒤에 천천히 의결권을 이전하는 식이다. 급작스러운 경영권 이양으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금, 당신이 해야 할 것들
유언장 한 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아직 시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경영권 승계는 유언만으로는 구조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유언대용신탁으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비상장기업을 운영 중이라면, 아니면 그런 회사를 물려받을 예정이라면 이제 한 발 더 나아갈 시간이다. 유언장 뒤에 놓인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법률 전문가와 함께 당신의 회사, 당신의 가족에 맞는 구체적인 승계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이 그 설계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결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비상장기업의 오너라면,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아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는 것뿐이고, 알았다면 다음은 명확하다. 유언대용신탁이라는 도구를 통해 실제 경영권 승계 구조를 한 번 더 면밀히 검토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실행할 다음 단계:
- 신뢰하는 변호사나 신탁 전문가와 첫 상담 약속 잡기
- 현재 보유 중인 비상장주식의 구조와 가치 다시 정리하기
- 후계자 또는 지정받을 사람들의 경영 능력과 의사 파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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