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전당대회는 정책 논쟁이어야 한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순회 경선이 시작되면서 당권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을 펼쳤다. 당연히 기대되는 것은 경제·외교·복지 같은 실질적 정책 비전을 놓고 벌어지는 차별화된 주장이다. 전당대회는 당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현실: 윤리위 제소와 과거 파묘의 악순환
하지만 뉴스가 보여주는 현장은 다르다. 김민석 후보는 정청래 지지자들의 '생일별 투표 지침' 논란을 비판하며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후보는 김민석이 제기한 '신천지 개입 의혹'을 반박하며 "당대표가 되면 직권으로 윤리감찰을 지시하겠다"고 응수했다. 두 후보가 서로 같은 무기로 위협하는 구도다.
더 주목할 점은 과거 사건의 파묘다. 정청래 진영이 김민석의 2002년 탈당을 집중 공세한 데 대해, 송영길 진영은 정청래가 불교계에 한 '봉이 김선달' 발언(2022년 대선)과 이른바 '이핵관' 폭로 사건을 꺼내 들었다. 20년이 넘은 일부터 4년 전 일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세 가지 맹점과 검토해야 할 신호
1. 윤리위의 무기화라는 리스크
양쪽이 경쟁적으로 윤리위 제소를 예고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제소는 원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선거 전략의 일부처럼 취급되고 있다. 뉴스에서 확인 가능한 사실은 이렇다:
- 김민석 진영이 "계파 행위를 한 사람들을 모조리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명시
- 정청래 측이 "1호 조치로 직권 윤리감찰을 지시하겠다"고 표현
이렇게 되면 윤리위 제소가 실제 규범 위반의 심각도와 관계없이 정치적 압박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당내 징계 권한이 정치화되면, 당의 자정 능력 자체가 훼손된다.
2. 과거와의 단절 실패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당이 20년 이상의 과거 사건을 끊임없이 꺼내드는 것은 진짜 위험한 신호다. 뉴스에 따르면:
- 친청계가 2002년 탈당을 공격
- 친명계가 2022년 발언과 사건을 반박
과거를 끝내지 못한 정당은 미래를 말할 자격이 제한된다. 특히 4년 전부터 20년 전까지 이렇게 광범위한 시간폭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현재의 정책 비전이 약하다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
3. 당내 불화의 확대라는 함정
최고위원 후보까지 싸움에 동참했다.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는 친명계의 "일베 문화"를 지적했고, 친명계는 "당원의 정당한 외침을 일베라 규정하는 것이 과하다"며 반박했다. 뉴스에 따르면 황명선 최고위원도 "이대통령을 향한 저주와 조롱에는 침묵하면서, 자신에 대한 공격에만 분개한다"고 쌍방향 비난을 제기했다.
이는 후보 2인 간의 경선이 아니라 계파 간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다. 당내 불화가 심해질수록 총선·대선 앞두고 조직 응집력은 약해진다.
리스크: 무엇을 잃을 수 있나
- 규범 권위성 훼손: 윤리위 남발로 제소 그 자체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
- 새로운 정치 표방의 모순: 과거 파묘를 반복하면서 "새 정치"를 말하는 것이 형용모순이 된다.
- 당의 응집력 약화: 순회 경선 중에 내부 불화가 심해지면, 경선 이후 승자 중심의 당 재정비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 윤리위 제소가 실제로 진행되는가: 입으로만 하는 위협인지, 실제 고발장을 제출하는지 추적해야 한다.
- 과거 파묘의 종료선: 앞으로 몇 년치 과거까지 끌어낼 것인지, 당 지도부가 '금지선'을 그을 의지가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 최고위원 후보 수준까지 확대된 논쟁의 향후 진행: 이게 경선 끝나면 진정될지, 아니면 당내 계파 구도로 고착될지가 중요하다.
결론
김민석-정청래 순회 경선에서 보이는 공방의 격화는 단순한 "경선의 열정"이 아니라, 당내 규범 체계와 정치 문화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윤리위 제소의 무기화, 과거 파묘의 악순환, 계파 간 분열의 신호—이 세 가지는 모두 당이 스스로를 재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경선 결과가 아니라, 당이 이 문제들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진짜 중요하다. 선거 이후 당의 응집력과 규범 재건이 가능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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