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을 읽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당신과 비슷한 마음으로 이 기사를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 틀 안에서는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다는 불안감. 두 가지가 동시에 눌러오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최문정 단청장이 던진 화두
국가무형유산진흥원 후원으로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에서 열린 기획전시 '최단(崔丹), 최고의 단청'은 그런 질문을 정면으로 맞닥뜨렸습니다. 국가무형유산 단청장이자 전승교육사인 최문정 단청장(58세)과 제자 10명이 함께 꾸민 전시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녀의 대표작 '숭례문 약장(藥欌)'입니다. 10년 넘게 구상하다가, 약장의 구조가 건물과 닮았다는 발견에서 비롯된 작품입니다. 서랍 여섯 단이 단청에 쓰이는 여섯 색(장단·삼청·황·녹·육색·석간주)과 맞아떨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녀는 "건물에 단청칠할 때처럼 오래 버텨 달라는 염원으로 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물 단청은 고증을 거쳐 옛 방식대로 되살리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전시 '최단, 최고의 단청'은 그 원칙을 살짝 비틀었습니다. 단청이 건물에만 쓰이는 게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선을 깨야 작품이 나와"
최문정 단청장의 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야 해요. 하지만 작품은 그 선을 깨야 나와요. 머릿속에 있는 걸 한바탕 지우는 훈련이 돼야 해요.
이 문장이 괴롭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이 지점에서 멈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 공예를 배우는 제자들, 정해진 틀 안에서 일하는 예술가들, 세습이나 관례로 물려받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분명합니다. "정해진 방식을 벗어나면 전통을 버리는 거 아닐까?", "내 방식으로 해도 괜찮을까?", "혼자 다르게 하다가 욕먹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들은 헛된 게 아닙니다. 전통 분야에서는 실제로 규범이 강하고, 일탈의 대가가 즉각적입니다.
제자들이 나의 스승이 되다
그런데 최문정 단청장이 발견한 것은 놀라웠습니다.
처음엔 '작품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자기 속에 이미 각자의 작품이 있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전통을 지키는 것과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 대립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요.
전통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장인정신, 섬세함, 오래 버텨내려는 의지. 이 태도들은 약장이든 벽화든 어디에든 깃어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전통'을 형식적으로 습득한 게 아니라, 자신 속에 이미 있던 개성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당신이 떠안고 있는 그 불안감에 대해
비슷한 처지라면, 혹은 당신이 어떤 전통이나 규범의 틀 안에서 일하고 있다면, 지금 느끼는 답답함은 매우 정상적입니다. 오래된 것을 존중하되 새로운 해석을 더하고 싶은 마음.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성실함입니다.
최문정 단청장이 보여준 것은, 선을 깬다는 것이 전통을 배신하는 게 아니라 전통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규칙을 알아야만 규칙을 의미 있게 깨뜨릴 수 있습니다.
결론
오래 구상한 약장, 숭례문 닮아 건물 아닌 것에 단청 시도했죠.
이 말이 전부입니다. 전통을 공부하고, 그 안에서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었을 때, 그 답이 형식을 조금 비틀게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 단계:
- 당신이 배우고 있는 전통의 핵심 정신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보기
- 그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당신만의 관점을 더할 방법을 작은 프로젝트로 시도해보기
- 당신의 제자나 동료들에게 '정해진 방식'이 아닌 '정신'을 전하는 데 초점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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