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의 특별기획전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미술관이 지난달 22일 개막한 '마티에르: 박수근과 함께한 동시대 작가들'전에서 한 시대를 살았던 서로 다른 20명의 작가들을 함께 조명한다는 것. 그것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그리고 있구나'라는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술 속에서 놓친 연대를 찾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우리 시대의 큰 화가들이 남긴 작품들은 어떻게 그토록 침착하고 힘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듭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그리는 것, 우리가 남기는 것들이 정말 의미 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박수근의 이름만 해도 근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여겨지는데, 미술관이 보여주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박수근과 함께한 시대의 다른 화가들—권옥연, 김환기, 김흥수를 포함한 20명—이 각각 어떻게 그 시대를 감각했는지를 나란히 배치한 것입니다.
질감과 색채로 읽는 시대의 무게
전시의 핵심 주제는 '질감을 매개로 한 창작의 과정'입니다. 전시 담당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알 수 있습니다.
박수근 그림의 화강암 같은 질감은 삶의 무게와 땅의 감각을 상징하는 조형 언어
이것입니다. 박수근이 캔버스 위에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려 때로는 10겹이 넘는 두꺼운 물감층을 만들었다는 것. 화면 전체가 돌 같은 질감을 띠게 되었다는 그 과정. 그것은 단순한 기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시대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그 무게를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하는 행위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박수근미술관이 최근 수집한 '목련'과 '비둘기'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박수근의 19점 작품을 1950년대부터 1965년까지의 시간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한 화가가 격변의 세월을 어떻게 건너갔는지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함께 그린 시대, 함께 버틴 시간
전시는 박수근미술관 소장 작품 34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8점을 포함해 총 42점을 선보입니다. 인물 표현이나 추상적 실험, 자연과 일상 풍경 등 다양한 주제들이 서로 다른 재료와 기법으로 펼쳐집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위로가 된다고 느낍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화가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것. 박수근의 화강암 같은 두께가 있는가 하면, 다른 작가들은 다른 색채와 질감으로 같은 시대정신을 담아냈다는 것. 그것은 "이 시대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는 조용한 선언처럼 들립니다.
지금 이 순간 예술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지금 그리는 방식이 조금 다르고, 당신이 느끼는 시대의 무게가 다르더라도, 그것도 그 시대를 증언하는 하나의 질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
박수근과 함께 살고 다르게 그린 20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단지 과거 미술사를 보는 일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도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경험입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다음 단계:
- 박수근미술관 '마티에르' 전시는 내년 3월 7일까지 강원 양구군에서 열립니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 직접 방문해 화강암 같은 질감을 손으로 감각해보세요.
- 전시를 통해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했다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세요. 예술의 여정은 한 점의 감동에서 시작됩니다.
- 지금 당신이 창작하고 있다면, 박수근이 물감을 겹겹이 쌓아올린 것처럼 당신의 시간도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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