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셰어링 시장을 주도해온 쏘카가 지난해 크래프톤과 손을 잡고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에이펙스모빌리티를 출범시킨 데 이어, 최근 렌터카업계와 공식 협력 체계를 갖췄다. 8월 4일 에이펙스모빌리티가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한국교통연구원과 체결한 MOU(업무협약)는 단순한 업체 간 제휴가 아니다. 정부 주도의 자율주행 정책에서 렌터카·카셰어링 업계가 직면한 제도적 배제 우려에 맞선 생존 전략이다.
자율주행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난 렌터카·카셰어링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구성한 '자율주행택시 사회적 협의체'를 중심으로 국내 자율주행 운송서비스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핵심은 정책의 초점이 택시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쏘카와 렌터카연합회는 이 협의체에 참여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옵서버' 신분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정식 위원 자격과 의결권 부여를 요청했던 안건은 택시업계 등의 반대(7표)로 부결되었다.
택시업계의 논리는 명확하다. 자율주행을 포함한 모든 유상 운송서비스는 기존 택시 면허 체계 안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렌터카업계는 다른 논거를 제시한다.
전국 택시 면허 24만 개를 평균 1억원으로 책정할 경우, 자율주행 시행에 필요한 진입 장벽이 24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신기술 도입을 막는 구조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렌터카업계는 불특정 다수를 태우는 로보택시와 달리, 자율주행차 대여는 사용자가 일정 시간 동안 차량을 독점하는 서비스라며 기존 렌터카 사업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 주장한다.
비용 구조 혁신이 경제적 의미 갖는 이유
쏘카가 이토록 자율주행 시장 진입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명확한 경제학이 있다. 현재 카셰어링 사업의 주요 비용 항목은 차량 재배치, 운영 인력, 배송 및 회수(탁송) 등이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은 이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차량이 스스로 이동하면 탁송 인력비가 사라지고, 고객이 쏘카존까지 찾아가야 할 필요도 해소된다.
쏘카는 이미 전략적 기초를 마련했다.
- 일일 누적 주행 데이터 약 110만㎞를 인공지능 학습에 투입 중
- 5월 크래프톤과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설립으로 기술 개발 체계화
- 초기 배송·회수 구간 자율주행 → 향후 고객 직접 운전 방식 검토로 단계별 시장 진입 계획
국내 시장의 현황과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사업 모델과 가격 검증이 시작된 상태다. 중국 선저우렌터카 같은 사례가 있으며, 이는 선진국에서도 자율주행 렌터카 시장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 환경 불확실성과 시장 기회의 간격
렌터카업계의 협력 체계 구축은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다. 정부 정책이 택시 면허 중심으로 결정되기 전에 자율주행 대여 사업의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한국교통연구원이 MOU에 참여한 것은 이 협력이 단순 업계 이익 추구를 넘어 정부 정책 수립에 기술적·경제적 근거를 제공하겠다는 신호다.
이 동향이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자율주행 정책의 윤곽이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은 이미 대비 중이다는 점이다. 택시와 렌터카라는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자율주행 기술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에서, 규제 체계가 뒤따라가야 할 형편이다.
둘째, 비용 혁신의 경제성이 이 논쟁의 실질적 핵심이다. 24조원의 진입 장벽이 의미하는 바는, 기존 택시 면허 체계가 신기술의 확산을 얼마나 제약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렌터카업계가 강조하는 비용 구조 혁신은 단순히 기업 수익성이 아닌 소비자 편의성과 시장 경쟁 구도까지 좌우할 수 있다.
결론
쏘카의 자율주행 렌터카 사업 추진과 렌터카업계와의 협력은 정부 정책이 최종 결정되기 전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기술 개발 능력과 정책 대응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생존 가능한 구조에서, 쏘카가 택한 경로는 이 업계의 미래가 기술만이 아닌 제도와의 상호작용에서 결정된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 지표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 자율주행택시 사회적 협의체에서 렌터카·카셰어링 업계의 정식 위원 자격 협상 진전 여부
- 정부의 '자율주행 대여업' 별도 사업 분류 인정 일정
- 쏘카의 에이펙스모빌리티가 실제 상용 서비스로 진화하는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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