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상습 신고가 응급 인프라를 마비시키다
부산 거주 최모 씨(70)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 동안 "다리가 아프다"며 119에 7749차례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출동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았고, 정작 만나면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다리를 주물러 달라"는 요구를 반복했다. 약 20차례 출동했지만 실제 응급 이송이 필요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최 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지역별 최다 신고자 한 명이 건 전화는 부산 5962건(하루 평균 39건), 광주 3801건에 달했다. 대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의 한 직원은 "하루 동안 한 사람이 1000건 넘게 전화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상황 관리 인력의 번아웃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다.
원인: 법제 한계와 응급 체계의 딜레마
상습 신고 적발이 어려운 근본 원인은 법과 운영 기준의 불완전함에 있다. 현행 119법상 명백한 거짓 신고(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위급 상황을 거짓으로 신고)에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자가 "주관적으로 통증을 느낀다"고 주장하면 거짓 신고로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2024년 한 해 8129건을 신고한 장모 씨에게는 경범죄처벌법상 거짓 신고 혐의가 적용돼 벌금 30만 원만 부과됐고, 이후에도 수천 건의 상습 신고를 이어갔다. 가벼운 처벌은 재범 억제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소방 당국은 반복 신고자라도 실제 위급한 상황에 부닥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신고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99건이 의미 없는 신고여도 긴급한 1건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상습 신고를 곧바로 차단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문제점: 응급 대응 능력 약화의 위험
인제대 응급구조학과 박경진 교수는 "비응급 신고를 응대하느라 관할 구급차가 자리를 비우면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도 옆 센터가 출동해야 한다"며 "분초를 다투는 응급 환자가 자칫 제때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상습 신고로 인한 자원 낭비는 곧 실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응급 대응 능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상황 관리 인력의 피로도 누적된다. 대전소방본부 상황실 직원은 "대원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 실제 긴급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 방향: 체계적 대응기준의 필요성
현행 119법상 상습 신고자를 명확히 처벌하거나 차단할 기준이 없다. 신고자의 욕설과 무응답이 이어져도 통화 종료 시점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상황요원의 개별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상습 신고자를 별도로 관리하고 대응 기준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방청은 지난달부터 119 상황 관리 표준 대응 매뉴얼을 보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신고자 식별 시스템 고도화: 반복 신고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패턴 분석을 통한 사전 필터링
- 대응 기준 명문화: 상습 신고에 대한 통화 종료·거절의 명확한 조건 설정
- 이중 검증 체계: 초회 응답 시 기본 정보 수집 후 필요시 추가 확인 요청
부산소방본부가 5월 4일 기장경찰서에 의뢰한 수사가 향후 선례가 될 수 있으며, 법제적 개선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결론
"다리 아프다"며 16개월간 7749차례 신고한 사례는 응급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상습 신고는 단순한 폐해를 넘어 실제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 현행 법·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습 신고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신고자의 근본적인 필요(의료 접근성, 생활 지원)에 대한 사회적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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