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주 금요일 상한가 근처에서 급등한 지 나흘 만에 다시 5% 폭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9% 가량 내려앉았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역대급으로 우수한데도 주가는 자꾸 내려간다. 이 괴리의 핵심은 '신뢰 상실'에 있다.

외국인 선물 매도, 정상이 아닌 신호

어제 장 마감 직후 외국인이 선물에서 약 2조 원대의 물량을 한 번에 매도했다. 장 막판에 이런 규모의 매도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게 시장 진단이다. 일반적으로 선물 거래는 야간 시장이 있고, 명일 현물 거래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장 마감 시점에 굳이 대량 매도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주부터 이런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는 이를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맞추거나 인위적으로 시 방향을 움직이려는 필요성"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지난 금요일 삼성전자가 7% 올랐다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외국인 선물 매도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불안해지고, 현물 매도로 이어진다.

실적은 최고, 주가는 최저…2018년 악몽이 반복되나

삼성전자의 반기 영업이익은 6조 원을 넘겼다. SK하이닉스는 2027년까지 D램과 HBM 납품을 사전에 완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적 관점에서는 최고의 상황이다.

그런데 주가 지표는 어떨까. 삼성전자의 내년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1.4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4배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내년 기준 PER은 3.5배, PBR은 1.66배다. 역사적으로 호실적 시기에는 삼성전자가 최소 2배, SK하이닉스는 2.5배대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말도 안 되는 저평가" 상황이다.

이는 2018년 메모리 반도체 호황 시기에 저점을 그렸던 사이클과 유사하다. 당시도 실적이 좋았는데 주가가 오르지 않다가 나중에 급등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 사태로 흔들린 신뢰

5월 27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이후 증시는 지표를 초월한 변동성에 휘말렸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는 약 22% 조정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누적 손실액이 천조 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뒤늦게 규제책을 내놨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다. 신용거래잔고는 급락했고, 고객 예탁금도 140조 원대에서 100조 원대로 수직 하락했다. 현금을 잃은 개인들이 "다시 국내주는 안 한다"며 미국 증시로 자금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정책 신뢰의 대가 —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이 어렵다는 금융시장의 진리가 현실이 되고 있다.

기관과 개인, 완전히 다른 선택

오늘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기관과 개인의 수급이 완전히 다르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코스닥에서 기관이 약 5,500억 원을 매수하면서 3일 연속 사이드카(일일 변동성 한도)가 발동했다. 반면 거래소(코스피)는 여전히 기관이 매도했다.

전문가는 이를 "기관들이 상반기 실적 부진을 보충하기 위해 하반기 개별주로 승부를 보려는 심리"로 분석했다. 즉, 기관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소형주 쏠림을 택한 것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아직도 회복 신호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주주환원, 이제는 말이 아니라 액션이다

시장이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기업의 주주환원 발표다. SK하이닉스는 조용한 기간(SEC 규제로 공시 제약)이 끝났으므로 곧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전자는 지난 컨퍼런스 콜에서 "공격적인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일본 키옥시아가 실적 미스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계획 발표 후 6% 이상 급등한 반면, 우리 기업들은 실적이 우수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경우 특별배당을 포함한 최선 시나리오에서 배당수익률이 6%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1% 수준인 배당수익률을 감안하면, 기업이 진정성 있는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을 경우 외국인 매수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환율과 유가도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외부 환경도 긍정 신호를 보낸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에서 79달러대로 하락했고, 환율도 동반 강세를 보이다가 진정되는 중이다. 미국이 일본 엔화 급등으로 촉발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개입으로 완화시킨 결과다.

이렇게 되면 우리 증시에 여러 긍정 요인이 쌓인다. 금리 인상 압박이 줄고, 원화 약세로 수출 기업 이익 개선이 기대되며, 리스크 온(위험자산 선호) 모드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결론

실적과 주가의 괴리는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다. 정부 정책 신뢰도 추락과 외국인의 의도적 매도 때문이다. 현 상황은 "가격이 발현되지 않는 위험"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기다리는 투자자에게는 진정한 기회다.

투자자가 지금 해야 할 일:
- 서두르지 말되, 신호는 놓치지 말 것: 주주환원 발표와 외국인 선물 포지션 반전이 신호
- 저평가 종목 리스트 정리하기: 현재의 PER, PBR는 역사적 저점 수준
- 상승 구간 진입 확인 후 진입: 단기 변동성이 남아있으므로 급하게 진입하기보다는 추세 반전 신호 포착 후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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