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검사 수사권 제거 = 권한 분리의 완성"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제거되면서 수사와 기소의 명확한 분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지배적 해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5일 업무보고에서 "수사와 기소가 명확히 분리돼 경찰이 주어진 사건의 완벽한 종결 권한까지 갖게 됐다"고 공식화했다. 표면적으로는 권한 구조의 명확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이 같은 자리에서 언급한 우려들이 이 통념의 맹점을 드러낸다.

경찰 전권화의 숨은 리스크: "내부 문제만 걸리지 않으면"

대통령의 발언에서 가장 주목할 표현이 있다: "전에는 경찰이 봐주고 싶어도 검찰로 다 넘어가니까 함부로 하기가 어려운데 이제는 내부 문제로 걸리지만 않으면 사건을 암장하는 것이 매우 쉬워진 측면이 있다."

이는 단순한 우려 제기가 아니라, 제도 개편의 핵심 함정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경찰이 사건 종결 권한을 독점하면서:

  • 외부 감시 체계가 약화된다. 검사가 수사에 개입하지 않으면, 경찰의 자의적 판단을 견제할 기관이 사라진다.
  • "내부 문제"라는 기준이 모호하다. 누가 정하는가? 경찰청 감시관? 그들도 경찰이다. 불리한 사건을 "미해결"로 처리하거나 수사를 종료하는 것을 외부에서 적절히 검증하기 어려워진다.
  • 사건 암장(종료/미결)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내부 문제로만 걸리지 않으면"이라는 표현은, 내부 감시만 피하면 문제없다는 뜻이다.

검경 합수본의 운영 근거 약화

더 구체적인 위험은 현행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 운영 문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합수본 운영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 제 보기엔 사실상 없다"고 밝혔고, "수사를 못 하게 돼 있는 공소청 검사가 수사에 참여했을 때 증거능력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는 법률상 허점을 넘어 실무적 공백을 의미한다:

  • 현재 가동 중인 합수본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면, 그 조직에서 수집한 증거의 유효성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
  • 중대범죄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경찰의 협력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금지"와 "근거 소멸"의 차이: 법적 공백의 위험성

흥미로운 대화가 있다. 대통령이 "근거가 없어진 것과 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은 다르지 않나"라고 묻자, 장관이 "금지 조항의 형태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 법적 근거가 없다 = 명확한 "금지"가 없다 =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 경찰이나 검사가 "법적 근거가 없으니 안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따를 보장이 없다.
  • 추후 분쟁에서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 정당한 사유가 될지도 불명확하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경찰청 내부 감시 체계를 주시해야 한다. 사건 종결/미해결 판정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가 실제 제도의 작동을 결정한다. 투명한 기록과 정기 공개가 핵심이다.

둘째,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과의 협력 규정이 명확히 정립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통령도 "공중경 합동본부"(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것이 현재의 법적 공백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셋째,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실제 조항을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개정된 형소법을 안 읽어 봤다"고 할 정도라면, 국민과 언론이 더더욱 조항의 실제 내용과 적용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금지"가 없는 법은 권한 공백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이 제도 전환이 얼마나 투명하고 견제적 감시 체계 속에서 작동할지가 신뢰도를 결정한다.

결론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는 단순한 시행착오 우려가 아니라, 제도 설계 자체의 함정이다. 검사 수사권 제거라는 명확한 규칙이 경찰의 전권화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외부 감시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내부 문제로만 걸리지 않으면 사건 암장이 용이하다"는 진단은, 앞으로 어떤 감시 기제를 설치하고 운영하느냐가 실제 제도의 신뢰성을 결정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음 단계로 확인할 것:
- 경찰청의 사건 종결 기준과 절차 공개 약속 여부
- 검경 합수본 및 중대범죄수사청의 협력 규정 정립 일정
-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실제 조항 중 경찰 종결권 제한 사항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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