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회장 선출은 형식적 행사일 뿐
특례시시장협의회는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강기윤 창원시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겉으로는 상징적 인사이지만, 이 선출이 의미하는 바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지방자치 구조의 근본적 문제가 노출된다.
숨겨진 전제: 특례시는 정말 '특례'인가
뉴스에 따르면 강기윤 시장은 "비수도권 유일 특례시인 창원시에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준하는 특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 자체가 역설이다. 이미 '특례시'라는 지위를 가졌으면서도 여전히 광역지방자치단체 수준의 대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은, 현재의 특례시 위상이 법적·제도적으로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셈이다.
전국 5명의 특례시장이 함께 채택한 공동건의문의 내용은 더욱 구체적이다.
- 법적 지방자치단체로서의 특례시 인정
- 자치조직권 확대
- 일반조정교부금 조성 기준 상향
- 도세 징수교부금 교부 비율 상향
이는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현재 특례시들이 겪는 제도적 공백을 지적한 것이다. 특례시가 도(道)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도의 제약을 받고, 광역시 수준의 권한은 갖지 못하는 중간적 지위에 있다는 뜻이다.
놓친 변수: 정말 모두 같은 뜻일까
언론 보도는 '전국 특례시 시장 5명'이 합의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강원, 경주, 대구 등 지역별로 재정 상황·발전 수준·중앙정부와의 관계가 다르다. 공동건의는 좋지만, 실제 정책 실현 단계에서 개별 특례시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은 없을까.
특히 비수도권 유일이라는 강원도의 위상과 기존 광역시들의 기득권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불명확하다. 만약 도세 징수교부금 비율 상향이 도(道)의 재정을 직결하면, 경기도·강원도 같은 인접 지역 도지사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리스크 시나리오: '공동건의'의 실현 가능성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는 공동건의가 현실화되지 않을 확률이다. 몇 가지 함정이 있다.
1. 중앙정부의 정치적 관심도
5개 특례시의 인구를 합쳐도 약 500만 명 수준이다. 이는 경기도 하나보다 작다. 총선·대선 국면에서 이들의 표심이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특례시 정책은 선거 판세에 직결되지 않으면 후순위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2. 도(道)의 반발
도세 징수교부금 비율 상향은 도 재정의 감소를 의미한다. 경기도지사·강원도지사 등이 적극 반발할 근거가 충분하다. 특례시장협의회의 회장 선출은 상징이지만, 실제 정책 실현은 국회·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의 예산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3. 창원시의 이중 과제
강기윤 시장이 회장이 된 것은 명예지만, 동시에 특례시 이익 대변의 책임을 지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회장 임기 중 공동건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 지역 유권자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창원시는 비수도권 유일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기대감에 시달릴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이 뉴스의 진정한 의미는 회장 선출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우리 지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고백이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표는:
- 국회 입법 움직임: 특례시를 명확히 정의하는 법안이 올해 또는 내년 발의되는가
- 예산 협상 단계: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특례시 관련 항목이 얼마나 반영되는가
- 도·특례시 간 갈등: 도지사들의 반발이 언론에 드러나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명확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공동건의는 형식적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론
강기윤 창원시장의 차기 회장 선출은 특례시 제도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신호다. 현재 구조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협의회의 목소리를 높여도 중앙정부·기존 광역단체의 기득권 앞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다. 공동건의의 실현을 가늠하려면 정부 예산 과정과 국회 입법안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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