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8·13 부동산대책)에 새로운 정책이 포함됐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이 그것이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직접 주지 않고, 대신 공적 기구에 맡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세 사기로 인한 세입자 피해를 줄이면서 동시에 집주인에게는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다.
안심신탁, 어떻게 작동하는가
안심신탁사업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기존 전세 거래 방식을 크게 바꾼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직접 건네지 않는다. 대신 세입자와 집주인, 그리고 안정화 기구가 3자 계약을 맺는다. 세입자가 납부한 보증금은 이 기구에 예치되고, 기구가 계약 기간 동안 자금을 운용한 뒤 만기에 보증금을 반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예치된 전세금을 펀드로 조성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주택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발생한 운용 수익의 일부를 집주인에게 지급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수익률은 연 4~5% 수준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 연체 걱정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세입자는 공적 기구를 통한 보증금 보호로 전세 사기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는 임대소득 세제 혜택도 검토 중이며, 규제지역 주택 보유자가 지방으로 이주할 경우 주택연금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 안심신탁 수익과 주택연금을 함께 받을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의 의도와 현실의 간격
정부는 이 제도를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 설명한다.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로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받고, 집주인은 고정 수익을 얻는다는 구도다. 정부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통해 "임대인을 대상으로 수익률 등 사업 조건을 제시해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20%가 참여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현재 전세보증금은 사실상 무이자 자금으로 활용되는 현실 속에서 연 4~5% 수익률이 임대인에게 충분한 유인이 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등으로 보증금을 활용해온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이 정도 수익률이 충분할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운용 주체가 정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임대인의 참여를 확대하려면 현재 제시된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전망과 시사점
정부는 다음달부터 집주인 모집을 시작해 10~12월 심사와 약정을 거쳐 연말부터 본격 입주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전세시장 안정뿐 아니라 갭투자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약 20% 수준의 참여 관심도다. 이는 제도의 시장 수용도가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몇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첫째, 집주인의 실질 수익률 보장이다. 현재 제시된 4~5% 수익률이 기존의 보증금 운용 방식을 포기하게 할 만큼 충분한가가 문제다. 정부 지원이나 세제 혜택의 구체적 규모가 실행 단계에서 얼마나 뒷받침될지가 관건이다.
둘째, 세입자 입장에서 실제로 주거비가 절감되는가의 문제다. 낮은 전세금이 제도 참여로 이어지려면, 기존 시장 전세금과의 명확한 가격 차이가 필요하다.
결론
안심신탁사업은 전세 사기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책적 시도다. 다만 약 20% 수준의 참여 관심도는 현재 정책 설계만으로는 시장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행 단계에서 모니터링할 사항:
- 집주인 참여도 동향과 수익률 제시 수준의 실제 효과
- 기존 전세 계약 대비 보증금 규모와 주거비 차이
- HUG 보증 주택사업의 수익 창출 메커니즘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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