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한 반찬이자 수출 효자 상품인 김이 기후 위기 시대의 탄소흡수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전환하는 능력이 재평가되면서, 해양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 환경 자산으로의 지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변화가 단순한 환경 담론을 넘어 국가 탄소중립 목표와 어업인 소득 증대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경제 정책으로 주목받는 배경을 분석한다.
탄소흡수 규모, 국가 감축 목표의 0.5% 담당
한국환경공단은 2024년 10월 현재 김 1t이 이산화탄소 4.92t을 흡수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양식 과정 전체에서 이뤄지는 광합성 효율을 계량화한 것으로, 정책 수립의 첫 근거가 됐다. 충남 서천군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김 47,851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235,426.9t을 감축했으며, 이는 서천 지역 전체 감축 실적 246,879t의 95.4%에 해당한다. 건물 분야(3.4%), 수송 분야(0.3%), 농축수산 분야(0.1%)와의 비교는 김 양식의 기여도가 압도적임을 보여준다.
국가 단위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전국 김 생산량 718,000t에 환경공단 기준을 적용하면, 이산화탄소 3,532,560t의 흡수 효과가 발생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5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1990~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720만t인데, 현재 김 양식을 통한 감축이 이 중 0.5%를 담당하고 있다. 단일 양식 품목으로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거시 경제 배경: 국제 기준 변화와 탄소시장의 성장
이 같은 주목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다. 2023년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 7억 720만t에서 2030년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연평균 2.5% 수준의 감축이 필수다. 건물 에너지 효율화와 수송 부문 탄소 전환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이 정책 입안층에 확산되면서, 새로운 탄소흡수원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가속도를 더했다. 지난해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3차 총회에서 해조류가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았다. 정책 차원에서 '블루카본(Blue Carbon)'—해양 생태계의 탄소흡수 가치—이 공식 인정되는 첫 신호였다. 국내 김 양식이 갑자기 주목받은 것은 이 국제 기준 변화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 더불어 최근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은 김 양식 산업에 새로운 수익원 모델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정책 기조와 산업 전망: 탄소 거래 시스템 연계
현재 정책 움직임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첫째, 과학적 근거 확보다. 충남도는 3월부터 서천 해역을 중심으로 김의 탄소흡수량 측정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군산대 수산과학연구소가 올해 말까지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측정하고 수온과 빛에 따른 수치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는 향후 탄소배출권 인증의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다.
둘째, 탄소배출권 시장과의 연계다.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도내 전체 김 양식장의 탄소 저감량을 산정하고, 탄소배출권 시스템과의 연계 가능성을 정책 차원에서 검토할 계획이다. 성실히 진행되면 김 양식은 단순 수산 품목을 넘어 탄소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셋째, 지역 수익 배분 구조의 구축다. 전남 완도군은 이미 해조류 블루카본 탄소 거래를 통한 수익을 지역민에게 지급하는 '완도형 바다연금' 사업을 추진 중이다. 탄소 감축과 어업인 소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정책 설계로,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김 양식은 환경 가치가 국제 기준 변화와 탄소시장 성장으로 인해 가시화된 사례다. 단일 품목의 탄소흡수 규모가 국가 감축 실적의 0.5%에 달하는 현황은 기후 정책과 산업 정책의 교차점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관찰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연말까지 과학적 기준 완성 여부: 충남도 연구가 국제 기준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둘째, 탄소배출권 시장 정책 결정: 탄소 거래 시스템 공식 연계 여부와 세부 기준. 셋째, 지역 보상 구조의 확산: 완도형 바다연금이 타 양식지로 확대될 경우의 경제 효과. 김 양식이 거시 경제의 '탄소 제약 시대'에서 새로운 자산이 될지는, 이 정책 과정의 신속성과 일관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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