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하나에 지원서가 300건을 넘게 몰린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이력서 검토와 후보자 발굴에 드는 시간도 크게 단축되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여전히 "뽑을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는 단순한 역설이 아니라 AI 시대 채용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불일치를 보여준다.

현황: 속도는 빨라졌는데 방향은 흐린 상황

AI 기반 채용 도구 도입으로 지원자 필터링과 검토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과거 수주일 걸리던 작업이 며칠로 단축되고, 채용 담당자들이 더 많은 후보자를 더 빠르게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채용 기준의 가시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채용 컨설팅 기업 캔디드의 이주환 대표는 최근 채용 어려움의 핵심 원인이 "후보자 부족"이 아니라 "채용 기준의 불명확함"에 있다고 진단했다.

실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 내 합의가 부족한 채 공고가 올라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결과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다"는 피드백이 나온다. 이는 후보자의 문제라기보다, 채용하는 쪽의 기준이 제대로 서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첫 번째 원인: 채용 기준 변화의 가속화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채용 기준이 지나치게 자주 변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포지션을 오픈하고 3~4주 정도 지나야 필요한 인재상에 대한 재검토가 나왔다. 현재는 2주 내에 변화한다.

그 배경은 명확하다. AI로 인한 제품 개발 주기 단축이 인재 수요까지 함께 변화시키고 있다. 초기에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 있는 사람을 찾다가, 몇 주 뒤에는 시스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바뀐다. 사업의 방향이 변하고, 개발 속도 변화에 따라 필요한 역할 정의 자체가 재편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확실히 속도를 개선했지만, "왜 이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와 "무엇을 기준으로 적합한 후보자라 판단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기업의 몫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 원인: 'AI 역량' 요구의 모호성

최근 채용 공고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바로 "AI 활용 우수자" 같은 표현이다. 거의 모든 기업이 AI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자신의 회사에서 AI를 "잘 활용한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한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AI로 결과물을 빨리 만드는 능력과 그 결과물이 제대로 되었는지 판단하는 능력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도구 조작 숙련도이지만, 후자는 문제 이해도와 비판적 사고를 요구한다. 채용 담당자들이 "AI 역량"을 채용 공고에 올리면서도 그것의 구체적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지원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증명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전망: 핵심은 판단과 문제 정의 능력

이주환 대표가 지적하는 AI 시대의 인재상 변화는 명확하다. AI가 산출물을 만드는 속도는 앞으로도 계속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 가려내고, 애초에 무엇을 풀어야 할 문제로 설정할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은, 공고를 내기 전에 내부 조직이 다음에 답해야 한다는 뜻이다:
- 현 단계에서 우리는 정확히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가?
- 그 문제 해결에 우리 회사는 어떤 구체적 역할 정의가 필요한가?
-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채용 기준이 세워지고, 지원자 풀이 아무리 넓어도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결론

채용 난제의 해결은 더 나은 AI 도구나 더 빠른 프로세스가 아니라, 기업 내 문제 정의의 명확성에서 비롯된다. AI 시대에 인재를 찾는 기업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이 찾는 사람의 구체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실무 적용 단계:
-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팀 내 면접진과 함께 이번 포지션의 구체적 문제 정의와 역할 범위를 명문화할 것
- 'AI 역량' 같은 추상적 표현 대신, 우리 조직에서 AI를 활용하는 구체적 사례와 판단 기준을 공고에 포함시킬 것
- 채용 기준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2주마다 전략을 재검토하는 프로세스를 미리 설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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