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항암제의 보험 급여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이 여러 문서를 일일이 대조해야 하는 영역이다. 동형암호 기술기업 크립토랩이 이 문제를 겨냥해 AI 서비스 'CLIC'을 공개했다. CLIC-Off-Label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했으며, 오는 19~21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KHF 2026' 헬스테크 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의료 현장의 오래된 과제를 AI로 풀려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기술적·제도적 한계도 드러낸다.

의료 현장의 근본 문제

항암 치료에서 특정 약제의 보험 급여 여부나 허가 범위를 벗어난 사용 기준(오프라벨)을 확인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관련 기준이 여러 공고와 목록으로 나뉘어 있고, 대부분 PDF·엑셀 형태로 산재해 있어 필요한 조항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황이다. 일반적인 생성형 AI 역시 이 자료의 원문 근거를 정확히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진과 심사 담당자는 여러 공식 문서를 수동으로 대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CLIC의 설계 철학과 기능

CLIC-Off-Label은 공개된 급여 관련 자료에서 필요한 기준을 찾아 공고 번호와 원문 근거를 함께 보여주는 의료 실무자용 AI 서비스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 내용을 찾아 제시하고, 정보가 부족할 경우 암종이나 투여 차수 등 추가 조건을 확인한다.

주목할 점은 설계 범위의 명확성이다. CLIC은 특정 환자의 급여 여부를 판정하거나 의료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공개 기준을 확인하기 위한 업무 참고용 정보 제공 서비스로 명시적으로 제한했다. 또한 별도의 병원시스템 연동 없이 앱으로 사용 가능하며, 환자 이름이나 차트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아 초기 보안성을 확보했다.

기술 근거: 동형암호와 데이터 보호

크립토랩의 기저에는 동형암호(Homomorphic Encryption) 원천기술이 있다. 회사는 4세대 동형암호 알고리즘 'CKKS'를 기반으로 벡터 검색 엔진 'enVector'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암호화된 상태로 데이터를 검색·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재 CLIC-Off-Label은 공개 급여 자료만을 다루고 있으나, 크립토랩은 향후 CLIC을 병원 내부 데이터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동형암호 기반 기술을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김정우 CTO는 "동형암호 기반 기술은 앞으로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루는 병원 AI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흐름과 제약 조건

의료 AI 도입은 전 세계 헬스테크 시장의 주요 흐름이지만, 한국 의료 현장에서는 규제와 데이터 보안이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이다. CLIC이 현재 공개 자료에만 한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병원 내부 데이터 연계로 나아가려면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의료기관의 도입 검증, 의료진의 신뢰 확보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KHF 2026 출시는 업계의 주목을 받을 기회지만, 실제 채택은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병원 경영진의 의사결정, 의료진의 사용 편의성, 규제 기관의 명확한 지원이 모두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론

크립토랩의 CLIC은 의료 현장의 구체적 문제(급여 기준 확인의 번거로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기술 역량(동형암호)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현 버전은 공개 자료에만 한정되어 있고, 병원 내부 데이터 활용으로의 확장은 규제·신뢰·기술 검증 등 여러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다음 단계 검토 항목:

  • 도입 계획 중인 병원: CLIC의 현재 기능 범위(공개 급여 자료 검색)가 귀 기관의 실제 업무 흐름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파일럿 운영으로 검증 필요
  • 의료 IT 의사결정자: 동형암호 기술의 성숙도와 실제 병원 환경(대규모 환자 데이터)에서의 처리 속도·정확도 확인 선행
  • 규제 기관·학계: 의료 AI의 신뢰성 기준 마련과 병원-기술사 간 협력 체계 정비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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