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정부 주도 데이터 인프라 구축
정부가 기술 주권 확보에 본격 나섰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6월 반도체, 로봇·피지컬 AI, AI 데이터 센터를 3대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 중 제조업 AI 대전환을 뜻하는 M.AX(맥스)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20조 원을 투자하고 1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M.AX의 핵심은 데이터 인프라에 있다. 기업별로 흩어진 제조 데이터를 수집해 '제조 AI전환(AX) 데이터 라이브러리'로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 움직임은 제약, 특허, 나노 등 다른 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제약 분야의 진전이 눈에 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의료 데이터 스페이스 실증사업'은 카카오헬스케어 컨소시엄이 27개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활용할 수 있는 분산형 연합 데이터 체계를 구축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371억 원 규모의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 사업'에서도 한미약품이 전임상과 임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특허 분야는 더욱 진전된 상태다. 워트인텔리전스는 106개국 3억 건의 특허 데이터를 AI 학습 가능한 형태로 구축했고, 특허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플루토LM'을 개발했다. 이는 지식재산처의 '특허 AI 에이전트' 사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특허 검색 솔루션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나노소재 분야도 진행 중이다. 한국나노융합산업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지원 아래 '2026년 산업AI 솔루션 실증·확산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부서별로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인: AI 경쟁력의 결정 요소로서 데이터
정부와 산업계가 데이터 인프라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I 모델의 경쟁력은 모델 자체가 아닌 학습 데이터의 품질과 양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때문이다. 뉴스에 따르면 "AI 모델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를 학습시킬 양질의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 정책 결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기존 체계의 한계도 분명하다. 제약 분야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데이터 확보·통합 분석 장벽으로 AI 도입이 까다롭다. 특허 분야는 법률·기술적 맥락이 복잡해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하기 어렵다. 나노소재는 장비와 과제가 부서별로 분산되고 표준화된 기준이 없었다.
이런 구조적 장벽이 있기에 정부가 직접 데이터 수집, 정제, 통합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전망: 산업 운영 구조의 재편
현재의 움직임은 단순한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산업 운영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첫째, 기업의 데이터 전략이 협력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 데이터 스페이스의 분산형 연합 체계처럼, 기업이 소유권을 유지하면서도 데이터를 공유하는 협력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둘째, 데이터 인프라가 준비되는 산업은 AI 도입 속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향후 2~3년의 제약, 제조, 특허 산업의 실적 변화가 이를 보여줄 수 있다.
셋째, 정부 투자(20조 원)가 민간의 AX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기반이 준비되면 기업들은 자사 운영 데이터 축적과 분석에 유인이 생긴다.
다만 현장 과제도 남아 있다.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공유 활성화의 균형, 데이터 품질 기준의 통일, 기업 간 신뢰 구축 등이 해결되어야 목표 경제 부가가치(100조 원)가 현실화될 수 있다.
결론
정부의 AX 드라이브와 산업계의 AI 데이터 확보전은 기술 주권 확보를 넘어 경제 구조 재편의 신호로 해석된다. 2030년까지라는 구체적 시간표와 100조 원 규모의 목표는 정책 추진 강도를 드러낸다.
실무 관점의 다음 단계:
- 관련 산업 종사자는 정부 데이터 인프라 일정을 파악하고, 자사 데이터 준비(표준화·정제)를 선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 투자자와 분석가는 데이터 인프라 본격 완성(2026~2027년경)을 주목하고, 각 산업의 초기 AI 도입 성과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 정책 담당자는 현장 피드백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의 실행 과제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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