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스탠리도 '매수'로 선회한 반도체, 뭐가 달라졌나
지난 7월 코스피가 5,262까지 폭락하면서 한국 증시를 초토화한 원인 중 하나는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였다. 모건 스탠리가 '윈터스 커밍'(겨울이 온다) 리포트로 불을 지핀 이 공포는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를 부추겼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급변했다. 모건 스탠리를 포함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 6곳이 거의 동시에 SK하이닉스에 대한 평가를 강력 매수로 전환했다.
이들이 입장을 바꾼 핵심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높아졌다는 점. 둘째, AI 산업의 성장 모멘텀이 '피크아웃'이 아니라 오히려 다변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특히 AI 칩 수요가 엔비디아만이 아니라 구글의 TPU, 마이크로소프트의 맞춤형 칩까지 확산되면서, 메모리 수요의 기초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HBM 가격 급상승 사이클, 본격화될 조짐
반도체 산업이 주목하는 또 다른 신호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가격대의 상승 추세다. 현재 엔비디아의 H100 칩용 HBM은 4~5천만 원대이지만, 차세대 칩인 블랙웰 이동 후 1억 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루빈 세대로 가면 1억 5천만 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칩 가격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HBM의 용량과 스펙이 높아질수록 반도체 제조업체, 특히 메모리 업체의 단가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구글 TPU가 데이터센터 HBM 수요의 1위 자리를 엔비디아로부터 빼앗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는 수요 편중 위험을 낮추고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 균형을 더욱 안정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코스피, 44% 낙폭이면 역사적으로는 '경미 수준'
시장 심리 복구의 또 다른 증거는 차트에서 발견된다. 지난 4월 이후 약 4개월간 코스피는 2,285에서 9,385까지 4배를 넘게 올랐고, 7월 저점 5,262까지의 낙폭은 44%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57% 하락,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36% 하락과 비교하면 역사적으로는 '중간 수준' 정도의 조정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주목할 점은 외국인의 수급 복귀 신호다. 6월부터 148조 원대의 누적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8월 들어 순매수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선물 시장에서도 근 6거래일 중 5거래일을 순매수하며 '바닥 재확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외인 수급이 핵심, 개인 탄약은 거의 바닥
시장 복구의 가장 결정적 요소는 개인 투자자 예탁금 고갈이다. 개인들의 신규 자금 유입이 거의 끊긴 상황에서, 지수 회복의 주역은 온전히 외국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2~3년간 한국 증시를 견인해온 개인들의 '포모(FOMO)' 매수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으며, 앞으로는 외인의 중장기 자금 유입이 지수 상승의 조건이 된다.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외국인들의 환율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환차 손실 우려가 완화되고, 앞으로 1,450원대 레인지 내에서 안정화될 것이라는 시장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들은 환보 목적 매도에서 벗어나 국내 실적과 밸류에이션만 보고 순매수할 유인이 생긴다.
반도체 다음은 어디? ESS와 소부장에 주목
반도체의 회복이 진행될수록, 시장의 관심이 다음 섹터로 이동할 필요성이 커진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섹터가 그 대상이다.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부하가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가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이 국산 소재를 사용할 경우 세액공제를 1.5배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향후 10년 이상 반도체 증설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과 맞물려 있다. ESS 관련 양극제 업체들, 그리고 반도체 공정 장비 업체들이 순차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외국 기관 투자자들의 반도체 재평가는 단순한 기술주 반등을 넘어 한국 증시 전체 심리의 전환을 의미한다. 코스피 8,000 돌파 가능성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외인의 수급 신호가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매수 순환이 계속되는지 모니터링하고, 환율 및 글로벌 금리 신호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수다.
행동 계획: ① 외인 순매수 추이 주간 1회 점검 ②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는 경우 포트폴리오 비중 재검토 ③ 반도체 회복 신호 확인 후 ESS·소부장 세팅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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