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만 차고 상층부는 '텅텅'…공실 양극화 심화

현재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숨겨진 위기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건물 상층부의 공실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상가 1층 공실률은 6.7%인 반면, 건물 전체 공실률은 13.4%로 정확히 2배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1층은 4.8%, 전체는 9.4%로 격차가 명확하다.

특히 논현역 상권은 1층 공실률이 0%에 가까우면서도 건물 전체 공실률은 16.2%에 이르렀다. 이는 1층 소매점포의 가시성과 유동인구에 의존하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특성이 남아 있는 반면, 2층 이상의 사무실과 상업공간은 수요 자체가 급속히 위축되었음을 의미한다.

임대료 인하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2024년 3분기 이후 2년간 서울 68개 상권 중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한 10곳 가운데 9곳에서 오히려 공실률이 상승했다. 방산시장은 공실률이 11.8%에서 28%로, 쌍문역은 9.5%에서 15.9%로 급증했다.

경기 불황과 산업 구조 변화가 만든 수요 붕괴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은 세 가지 거시적 흐름이 겹친 결과다.

첫째, 기업의 사무공간 축소다. 경기 악화로 기업들은 오피스 면적을 줄이고 있으며, 남은 수요도 신축 대형 오피스로 집중되고 있다. 중소형 건물의 상층부는 신규 임차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다.

둘째, 자영업 기반의 붕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000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소매업과 음식업의 폐업률이 각각 15.4%, 15.1%로 가장 높았다. 상가 임차인이 급격히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 이커머스의 확대로 오프라인 소비가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명동, 강남 같은 주요 상권에서도 소매 기반이 약화되면서 상층부 사무실 수요까지 함께 떨어졌다.

투자 수익성도 악화되는 중이다. 올해 2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의 소득수익률(임대수익 기준)은 0.60%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투자수익률 전체 1.87% 중 대부분(1.26%)은 자산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자본수익률이며, 현금흐름으로 들어오는 임대료 수익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자금은 있으나 프라임 자산으로 쏠린다…용도전환이 살길

흥미롭게도 투자 자금 부족이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국내 상업용부동산 거래액은 약 34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금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보면 문제가 선명해진다. 오피스 거래 중 대형 자산 비중이 2024년 59%에서 지난해 81%로 급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상층부가 비어가는 중소형 빌딩은 외면하고, 프라임 대형 자산에만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현실적인 대책은 임대료 인하가 아니라 용도 전환에서 나온다. 건물의 입지와 구조, 인허가 조건에 맞춰 새로운 수요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실제 사례들이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관광객 수요를 활용한 사례로는 명동 눈스퀘어에 일본 캡슐호텔 브랜드가 국내 처음으로 입점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인근 타임워크명동은 기존 상가를 4성급 호텔로 전환하며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 수요로 공실을 채웠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병의원 유치도 유효한 대안이다. 의료기관은 개원 후 장기 임차가 일반적이고, 환자 유동인구가 약국·카페 등 건물 내 다른 업종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승강기가 없거나 1층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물은 파티룸, 루프톱, 숙박시설로 업종을 재설계하는 방법도 있다.

결론

상층부 공실 문제는 더 이상 경기 회복만으로 자동 해소되지 않는 구조적 변화다. 기업 사무화 축소, 자영업 부실, 이커머스 확대라는 세 가지 거시 흐름이 동시에 작용 중이며, 투자자들의 자금도 프라임 자산에 집중되면서 중소형 건물의 상층부는 더욱 고립되고 있다. 건물주나 개발사는 단순 임대료 인하보다는 입지별 특성을 파악해 용도 전환을 우선 검토해야 하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인허가 조건 완화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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