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코스피가 0.74% 상승으로 마감한 가운데, 반도체 섹터가 유독 엇갈린 성과를 보였다. 상승 종목이 1,174개로 하락 종목 620개를 압도했음에도 외국인은 3~4조 원을 지속 매도했다. 이 현상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책 발표가 있다.

주주환원책, 같은 규모도 시장 평가는 정반대

규모 면에서 보면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역대급 규모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전자는 발표 이후 최대 8% 하락했고, 25일도 변동성으로 시달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소규모였지만 즉각 이행 방식 덕분에 호평받았다. 2,400만 주(약 40조 원)를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24일부터 하루 60~65만 주씩 사들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장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가했다.

왜 차이가 났을까? 금산법 때문이다. 삼성생명 같은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회사의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 때문에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이 어렵다. 대신 삼성전자는 30조 원 현금배당과 60~70조 원은 내년 1월에 방식을 다시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미국 금리 하락과 반도체의 불가사의한 결합

반도체 약세 외에도 시장에 호재가 있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7% 근처로 내려왔고, 30년물은 5.2%를 기록했다. 미국 재무부가 국채 매입(바이백)과 스테이블 코인 같은 추가 유동성 공급 방안을 암시하면서 나온 움직임이다.

그 와중에 원전 관련주가 급등했다. 현대건설과 대구건설이 10% 훨씬 넘게 올랐다. 정부의 '대미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반도체 관련주도 비슷한 맥락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주 약세가 아니라 섹터 순환의 신호로 해석됐다.

AI 수익화 우려는 얼마나 실제인가?

미국에서는 AI 수익화 우려가 나왔다. OpenAI 경영진이 "기술 발전과 실제 수익화 속도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는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케팩스)의 회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실제 위험 범위는 제한적이다. 알파벳(Google)과 앤스로픽(Anthropic)은 AI 광고와 API 수익 모델이 작동 중이고, 엔비디아도 하드웨어 공급자로서 수익이 안정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OpenAI 주변뿐이며, 이는 전체 AI 시장의 약 25% 정도다.

반면 반도체 수요는 훨씬 탄탄하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맺은 장기 공급계약(LTA)에서 고객들이 미리 선수금을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LTA 계약의 15~20%를 선수금으로 받지만,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들은 40~50% 이상을 미리 납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단순한 일시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임을 시사한다.

수급의 'T자 형태': 외국인과 국내 자금의 극명한 대척

25일 시장의 가장 흥미로운 대조는 수급의 엇박자였다. 외국인이 3~4조 원을 매도했는데도 개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수하면서 지수가 올랐다. 이전에는 "외국인이 빠졌다 = 시장이 약하다"는 단순한 등식이 성립했다. 그러나 요즘은 외국인 내 자금 출처가 다양해졌다. 중국계, 미국계, 유럽계, 중동계 자금이 섞여 있고, 동일한 주체도 선물과 현물에서 반대 행동을 취할 수 있다. 25일은 기관이 선물로 상승을 이끌었고 개인은 현물에서 매수에 참여했다.

투자자들이 놓치는 포인트

삼성전자 대 하이닉스라는 선택지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 단기로는 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효과가 더 즉각적이지만, 중장기로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가 더 크다. 중요한 것은 양쪽 모두 보유하되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 속도를 주시하는 것이다.

현재 예상되는 HBM 시장 점유는 하이닉스 70%, 삼성 30%, 마이크론은 불분명한 상태다. 그런데 이 비율이 변할 수 있다. 삼성이 HBM4 시장에 진입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이 300만 원대에 일시에 진입한 경우 현재 구간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저점을 일부 찍었지만, 외국인의 엇박자 매도와 AI 우려가 지속되는 동안 변동성이 클 수 있다. 미수나 신용거래로 진입했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결론

반도체 순환매의 시작은 업황 개선 신호일 수 있다. 공매도가 정리되고 금리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는 국면이 열렸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의 엇박자와 AI 수익화 우려는 여전히 변수다.

다음 단계: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비중을 균등하게 유지하고 HBM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5.3% 이상 가면 조정 신호로 재판단하기
- 변동성이 클 때 레버리지 ETF는 본주로 전환 검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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