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립자가 주도하는 대형 AI 프로젝트를 거절하고 독립적인 길을 선택한 연구진이 물리 법칙을 직접 인식하고 시뮬레이션하는 획기적인 '피지컬 AI' 모델을 발표했다.
신생 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티드 언더스탠딩(Accelerated Understanding)'은 25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의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는 물론 월드 모델과도 전혀 다른 새로운 '4D 시공간 궤적 예측' AI 모델을 개발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공동 창립자인 아니마 아난드쿠마르와 베네딕트 제닉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새로운 시스템은 언어 이해를 목표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물리학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언어모델(LLM)의 표준 아키텍처인 트랜스포머는 언어와 기호 데이터의 1차원 시계열 토큰을 학습하여 '다음 단어'나 '다음 기호'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언어 중심의 지능체다. 반면 액셀러레이티드의 모델은 언어가 아닌 다차원의 물리 데이터와 물리 법칙 자체를 직접 습득한다.
언어 모델이 생성하는 고차원적 아이디어는 물리적 근거가 약해 타당성 검증을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수동 실험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티드의 모델은 물리 시스템의 상태를 입력값으로 받아 시간의 경과에 따른 시공간의 변화를 직접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월드 모델과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월드 모델은 비디오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2차원 시각 표현으로만 작동하거나 시간 축을 제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더불어 자기회귀(Autoregressive) 방식으로 단계별 순차 예측을 진행하면서 오류가 점점 쌓이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그러나 새 모델은 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을 결합한 완전한 4차원(4D) 시공간 궤적을 한 번에 산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보이는 비디오 이미지에만 집중하는 대신 엔지니어링 및 과학 연구에 필요한 세밀한 물리적 정보와 정확도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혁신을 이루어냈다. 아난드쿠마르 창립자가 엔비디아 수석 과학자 재직 중에 발전시킨 '신경 연산자(Neural Operators)' 아키텍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적용했다. 입력 해상도에 구속되지 않는 '해상도 불변성(Resolution Invariance)' 특성을 갖추어 단일 모델에서 간단한 설계 스케치부터 고해상도의 상세 최적화까지 일련의 작업을 연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컨텍스트 처리 규모도 기존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LLM이 최대 수백만 토큰 수준에 제한되는 반면, 4D 시공간 좌표를 다루는 이 모델은 패칭이나 서브샘플링 없이 학습 단계에서 최대 1조 개, 추론 단계에서 5조 개 이상의 4D 컨텍스트를 동시에 처리한다. 5조 개 컨텍스트를 기준으로 단일 추론 결과물의 크기만 22테라바이트(TB)에 이른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단일 가속기와 노드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자체 분산 샤딩(Sharding) 아키텍처를 구축했으며, 수백 건의 사전 학습을 통해 최대 35조 개의 매개변수 범위까지 안정적으로 확장 가능함을 입증했다.
또한 알려진 물리 지배 방정식에 기초하여 연속 점수와 최적화 기울기(Gradient)를 직접 계산하는 자가 개선 루프를 갖추었다. 실제 실험 데이터나 이산 신호 기반의 복잡한 강화학습(RL)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모델이 스스로 물리 법칙 준수 여부를 검증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연구진이 제약 조건과 목표만 제시하면 AI가 물리적 이해를 토대로 자동 최적화를 수행하는 체계를 구현함으로써 실험실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전체 연구개발 프로세스가 자동으로 개선되는 새로운 엔지니어링 패러다임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회사는 "혁신 루프 자체의 궤적을 최적화하고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몇몇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액셀러레이티드 언더스탠딩은 반도체 칩 설계 최적화, 첨단 로보틱스, 기후 예측, 에너지 지질 분석 등 높은 수준의 물리적 검증이 필수불가결한 기업 대상 B2B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한편,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교수이자 엔비디아 디렉터 출신인 아난드쿠마르와 그의 배우자이면서 AI 인프라 엔지니어인 베네딕트 제닉이 공동 설립했다. 두 창립자는 베이조스가 설립한 대규모 피지컬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의 경영진 합류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길을 선택했다.
아난드쿠마르 대표는 "인간 중심의 언어 지능에서 벗어나 물리 법칙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 중심 지능으로의 전환이 연구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혁신할 것"이라 밝혔으며, 수많은 시뮬레이션 시행착오와 물리 실험 과정의 병목을 한 번에 해결하는 엔지니어링의 혁신이 비롯되었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