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린 것도 가치가 있을까
메시지를 보냈는데 9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통신 장애도 아니고, 앱의 오류도 아닙니다.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된 앱이라니요. 최근 미국에서 이런 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한 가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혹시 우리가 놓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현대판 전서구, 무엇인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현상의 주인공은 '캐리어 피지(Carrier Pidge)'라는 앱입니다. 4월에 출시된 이 앱은 메시지를 실제 비둘기 속도로 전송합니다. 개발자 노아 이아로비노가 처음 뉴욕에서 시카고로 보낸 메시지는 8시간49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비둘기의 최고 속도가 시속 110마일(약 177㎞)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재미있는 설정도 있습니다. 디지털 비둘기도 실제 새처럼 0.2%의 확률로 길을 잃거나 죽을 수 있습니다. 비둘기를 잃으면 새 비둘기를 사는 데 0.99달러를 내야 합니다.
이렇게 불편한 앱인데, 사용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출시 후 수백 명에 불과했던 이용자가 8월 현재 75,000명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비슷한 앱인 '루스트(Roost)'는 8월에만 65만 건이 다운로드되었습니다. 루스트는 비둘기뿐 아니라 달팽이·펭귄 등 1,000종이 넘는 동물을 메신저로 선택할 수 있으며, 달팽이를 고르면 메시지는 시속 1마일(약 1.6㎞) 남짓의 속도로 기어갑니다.
왜 느린 게 좋을까
저는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앱이 정말로 75,000명을 넘게 끌어당긴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현상의 배경에 끊임없는 알림에 대한 피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메시지가 즉시 도착하고, 즉시 답장이 오길 기대하는 '즉답문화'에 지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느린 앱을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캐리어 피지를 사용하는 올리비아 맥도널드는 "어떤 것들은 더 나쁠 때 더 좋다"고 말했습니다. 메시지가 제대로 도착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의미입니다.
런던에서 토론토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에마 시디크는 "편지와 비슷하게 많은 노력을 들이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는 모든 단어가 의도적으로 선택되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즉시 도착하는 메시지는 쉽게 보내고 쉽게 잊히지만, 가는 데 몇 시간씩 걸리는 메시지는 단어 하나도 심사숙고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모두 느끼고 있는 그 피로
혹시 당신도 같은 마음일까요? 휴대전화를 집으면 연달아 들어오는 알림들. 사실 급하지 않은 것들도 마치 긴급한 것처럼 느껴지고, 조금만 늦게 답장을 해도 뭔가 실례를 한 것 같은 죄책감이 생깁니다.
이 느낌을 느낄 때마다 저는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빠름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때로는 기다림이 있어야 생각이 정리되고, 침묵이 있어야 목소리가 더 진정성 있게 들립니다.
결론
메시지 9시간이 주는 것은 단순히 지연된 전달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중함이고, 의도이고, 우리 모두가 찾던 작은 위로입니다. 75,000명이 선택한 이유가 우연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 메시지를 보낼 때, 한 번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오늘 보낸 메시지 중에 정말로 즉시 도착해야 했던 것이 몇 개나 될까요? 혹은 천천히 전달되었다면 더 소중했을 메시지는 없을까요? 우리가 찾는 것은 늦음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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