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급진적 변화
정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이 지난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동전주(극저가주)와 시가총액 미달 상장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탈출 요건을 크게 강화했다. 표면상 목표는 명확하다. 혁신기업의 상장은 지원하되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한국의 정책 설계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정량 기준은 높이되 회복 기간은 짧게 가져간 것이다. 이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으며, 중소기업 단체들이 요건 완화와 1년 유예를 요구하며 반발하는 배경이 된다.
미국: 기준 유지, 반복 회피만 차단
미국의 전략은 대조적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30거래일 연속 평균 종가 1달러 미만을 기준 미달로 통지하는데, 이 1달러 기준은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개선기간은 차등적이다.
- NYSE: 6개월의 개선기간 제공
- 나스닥: 180일(약 6개월)의 개선기간, 추가로 180일 더 받을 수 있음
핵심은 주식병합 반복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다. 나스닥은 최근 1년 내에 주식병합을 했거나, 최근 2년 동안 누적 비율이 250대 1 이상이 된 기업이 다시 최저주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정규 개선 기간을 주지 않는다. NYSE도 유사하게, 최근 1년 내 병합이나 최근 2년간 누적 200대 1 이상의 병합 이력이 있으면 통상적인 개선기간 없이 즉시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
미국식 접근의 핵심은 같은 기준을 반복적으로 우회하는 행위를 차등 제한하는 것이다.
일본: 기준 대폭 상향, 동일 유예 적용
일본은 다른 방식으로 기준을 높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2022년 시장구조를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마켓으로 개편한 후, 그로스마켓의 계속상장 기준을 조정했다.
- 현행 기준: 상장 후 10년 이상인 기업에 시가총액 40억엔 이상 요구
- 2030년 3월 이후 기준: 상장 후 5년만 지나도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충족
기준 적용 시점을 5년 앞당기고, 요구 시가총액은 2.5배로 올린다. 그렇다고 기준 미달 순간 즉시 퇴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새 기준이 적용되는 순간부터 모든 기준 미달 기업에 원칙적으로 1년의 개선기간을 동일하게 부여한다.
한국 vs 미국·일본, 설계 철학의 차이
세 시장의 차이는 정책 대상과 시간축에 있다. 미국은 반복적 우회를 차단하되, 정직한 기업에는 충분한 개선기간(최대 12개월)을 제공한다. 일본은 기준 자체를 크게 상향하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체 기업에 동일한 1년 유예를 적용한다.
한국은 기준을 높이면서 동시에 회복 기간을 짧게 가져간다. 이는 부실기업의 빠른 퇴출이 목표이며, 흑자기업도 규모 미달 시 상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남은 과제: 정밀함의 부재
뉴스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 정지수 선임연구원은 2026년 6월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이 상장폐지 기준 미달 기업에 대해 개선 기회를 차등 또는 동등하게 제공하는 점을 주목했다. 한국의 급진적 설계가 이루는 성과를 견인할 수 있는 반면, 기업 특성별 회복 가능성을 세밀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정량 기준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동전주인가, 경영진의 무능인가, 산업 침체인가에 따라 정책 대응이 달라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반복 병합 제한 같은 정밀한 차등 기준이나 일본의 유예 기간 운영 체계를 참고하면서도 자신의 목표(빠른 퇴출)를 달성하려면, 단순 강화보다 타겟팅과 투명성이 필수다.
결론
한국의 상장폐지 개혁은 규제 강화 속도에서 미국·일본을 앞서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목표는 명확하지만, 회복 기간 단축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남은 과제다.
투자자와 상장기업이 취해야 할 실질적 조치는 다음과 같다.
- 상장기업: 정량 기준(시가총액, 영업이익률 등)을 즉시 검토하고, 관리종목 지정 전 구조조정 또는 증자·감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다.
- 정책 관찰: 정부가 시행 과정에서 기준을 추가 완화하거나 유예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 비교 학습: 미국의 주식병합 제한이나 일본의 단계적 유예 모델이 한국에 어떻게 적용될지 추적하면, 향후 개편 방향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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