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 격차가 7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역대 최고치인 6.92배를 기록한 상위 20%와 하위 20%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8월 6.39배로 축소됐다. 하지만 격차 감소의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양극화 완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라는 명확히 다른 현상임이 드러난다.

격차 축소는 '저가 상승'이 주도

격차가 줄어든 것은 고가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 아니다. 8월 기준 상위 20% 아파트의 월별 상승률은 0.14%에 불과한 반면, 하위 20%(1분위)는 1.04%, 2분위는 1.35%로 훨씬 가팔랐다. 특히 올해 누적 상승률을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다.

  • 하위 20%: 5억4138만원, 연초 대비 8.5% 상승
  • 2분위: 연초 대비 13.5% 상승
  • 3분위: 연초 대비 15.9% 상승
  • 상위 20%: 연초 대비 0.6% 상승에 그침

저가 주택이 가파르게 올라 고가 주택과의 격차가 줄어드는 형태다. 실제 거래에서도 이 추세가 확인된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84제곱미터는 지난 17일 14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고, 같은 면적의 고가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최근 53억9000만원에 거래돼 5월 신고가인 56억원보다 2억원 이상 내렸다.

대출규제가 수요를 중저가로 몰다

이같은 현상의 배후에는 금융 정책이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집값에 따라 2억~6억원으로 차등화됐고, 최근 시중은행들도 신규 주담대를 계속 조이는 중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매수자들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8·3 세제 개편으로 고가 주택의 보유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고가층의 관망세를 키우고 있다.

매물 흐름도 이를 반영한다.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연초 대비 15.6% 증가했으나, 지역별로 엇갈린다. 성동구(92.2%), 송파구(70.8%), 강남구(48.9%)처럼 상대적 고가 지역에는 매물이 쌓이는 반면, 중랑구(38.6%), 강북구(36.3%), 도봉구(29.7%), 노원구(24.8%)는 매물이 소진되고 있다.

강북 10억 돌파, 무주택자의 현실

문제는 격차 축소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강북 14개 구의 중위 아파트 가격은 10억166만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10억원을 넘어섰다. 저가 대역의 절대 가격 상승이 서울 아파트 전체의 가격대를 밀어올리는 상향 평준화 현상인 것이다.

격차 감소는 '모두가 저렴해진 것'이 아니라 '모두가 비싸진 것의 속도 차'라는 뜻이다. 그 결과 진입 기준이 낮았던 지역마저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무주택자의 진입 구간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까지 초래한다.

전국 격차는 역대 최악 수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전국의 추세다.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8월 13.79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고가와 저가의 거리가 여전히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론

서울 집값 격차 축소는 긍정적 신호가 아니다. 대출규제로 촉발된 수요 이동이 저가층 가격을 부풀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며, 결국 내 집 마련 목표의 절대 진입가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관망하고 있는 고가층의 이동, 전국 격차의 악화 추세까지 감안하면 앞으로의 시장 방향성은 더욱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 시사점:
- 중저가 지역 매물 감소 현상이 뚜렷하므로, 해당 권역의 실거주 목표층은 빠른 결정이 필요
- 고가 지역 매물 증가와 함께 보유 부담 증대가 진행 중이므로 향후 조정 가능성을 면밀히 추적할 것
- 전국 격차가 역대 최고이므로, 비수도권 진출을 검토하는 층은 이 구간을 활용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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