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상향, SK하이닉스 하향 — 같은 HBM이 왜 다른 평가?
8월 31일 증권사 리포트가 엇갈렸다. LS증권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에서 45만 원으로 상향했고, SK하이닉스는 33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90만 원을 내렸다. 같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두고도 평가가 극명히 나뉜 까닭은 무엇일까.
분석가들의 진단은 HBM4 수율 개선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의 HBM4 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독점 구조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블랙웰 세대에서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이 85%에서 올해 50%대로 하락한 것이 그 배경이다.
이권희 대표는 삼성전자가 "AI 인프라의 세 가지 핵심(선단 공정, 파운더리, HBM)을 모두 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회사"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호재 속에서도 마진 프리미엄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외인의 6조 선물, 반등을 기대했다가 매도로 돌아서다
지난주 외국인 기관이 코스피 선물에 약 6조 원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은 반등의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31일 개장과 동시에 현실은 달랐다.
개장 초반 외인들은 2천억 원대의 매도세를 쏟아냈다. 전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이란-미국 미사일 공격)와 미국 연준의 '매파적' 발언이 겹치자, 지난주 매입분을 바로 차익 실현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당황한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장 초반 현금화에 나섰고, 하이닉스는 장 시작 후 10분 내 5% 근처까지 급락했다.
다행히 자사주 매입 정책이 버텨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계속 자사주를 사들였고, 이것이 하단 지지의 역할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야간 선물이 반등하자, 오후 끝 1시간을 남겨두고 국내 증시도 급반등했다. 결국 강보합 마감.
하지만 내용은 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야금야금 올라온 것이 정상이어야 했는데, 초반 급락 후 저가에서 시작한 '밑꼬리' 반등이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 반토막, 변동성은 크지만 유동성은 마른 장
31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26조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을 합쳐도 30조~32조 원대. 평상시 50조~60조 원대 거래에서 반토막난 수치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거래량 부족 속에서 소액 주문이라도 변동성을 크게 만드는 상황이다. 하이닉스가 같은 날 -4.89%에서 강보합까지 오르는 드라마가 펼쳐진 이유다. 둘째, 한정된 자금으로 돌아가는 순환 매매가 심화된다는 신호다. 어제의 약세 섹터인 반도체를 사면 어제의 강세 섹터인 2차전지를 팔고, 또 반대로 하는 식의 회전이 가속화된다.
MSCI 인덱스 리밸런싱 날을 맞아 많이 빠진 종목에 수요가 몰렸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유동성 부족 신호는 뚜렷하다. 이형수 대표는 "앞으로 약 3주간 추석까지는 박스권 장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 사이클의 전환점 — P에서 Q로, 하지만 시장은 아직 의심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가격(P) 사이클에서 물량(Q) 사이클로 전환되고 있다. 장기 계약(LTA)의 초점이 가격이 아닌 물량에 맞춰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이퍼스케일러(거대 클라우드 업체)들이 "물량부터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것이 긍정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2025년 AI 인프라 투자규모가 800억 달러 수준인데,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10% 초반에서 지금 30% 이상으로 뛰었다. 단순 계산하면 240억 달러 이상의 메모리 주문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절대 수익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시장이 주가로 이를 반영하지 않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마진율 하락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80%에서 60%로 떨어졌는데, 이를 곧 "성장이 멈췄다"는 신호로 읽는 것이다. 절대 이익이 10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같아도, P가 하락하면 시장은 먼저 반응한다. 이것이 "고점 논란"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2차전지는 왜 따로 논다?
한편 2차전지 섹터는 31일 큰 강세를 보였다. 포스코퓨처엠이 7% 이상 올랐고, LG전자·SK이노베이션도 함께 움직였다. 에코프로는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포스코 계열의 이 두 회사는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유는 다층적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엔비디아의 마진을 깎고, 자금 경색 기조 속에서 "배터리 원재료" 투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긍정적 뉴스가 보도되면서 유입 자금이 몰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MSCI 인덱스 편입된 LG이노텍의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것. 새로운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생긴 것이다.
결론
시장은 지금 두 개의 힘이 충돌하는 국면에 있다. 아래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절대 이익 증가가 지지하고, 위에서는 마진율 하락과 금리 인상 우려가 누르고 있다. 거래대금은 반토막 났지만, 변동성만 크다.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 일단 서두르지 말 것: 이형수 대표의 표현대로 "조급하면 다 털린다". 박스권 장세에서 추석까지 3주간은 수익 실현보다는 위치 정리가 먼저다.
- 섹터 로테이션 주시: 메모리 약세 시 2차전지·소재·장비 같은 주변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는 패턴을 활용한다.
- 지표 모니터링: 9월 FOMC(2주 뒤)와 8월 CPI·PPI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높다. 실제 행동(금리 인상 유무)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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