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재건축에서 예상 밖의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총 30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상황이 연속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건설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건설사들의 신중한 의사결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황: 초기 3개 단지 모두 수의계약 절차 진행
목동 재건축은 서울 양천구 목동 지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도시정비 사업이다. 14개 단지의 약 2만7000가구를 약 4만7000가구 규모로 재편하는 프로젝트이며, 전체 추정 사업비가 30조원에 달한다.
당초 건설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입찰은 예상과 달랐다. 초기 시공사 선정에 나선 3개 단지 모두에서 경쟁 요건을 충족하는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고 있다.
목동6단지의 경우 DL이앤씨만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됐으며, 이후 DL이앤씨는 6월 총회를 거쳐 시공사로 확정됐다.
목동10단지는 기존 2160가구를 4248가구 규모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며 공사비는 약 2조6000억 원 수준이다. 목동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대형 사업장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두 차례 모두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며, 경쟁 요건 미충족으로 유찰됐다. 26일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조합은 총회에서 최종 시공사 확정을 계획 중이다.
목동12단지도 31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으며, GS건설의 단독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단독 참여로 유찰될 경우, 목동에서 시공사 선정에 나선 초기 3개 사업장 모두가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 절차를 밟게 된다.
왜 건설사들은 경쟁을 피하는가: 출혈경쟁의 회피
건설사들의 태도 변화는 명확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체 14개 단지 가운데 2~3개 수주를 목표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결국 소수의 건설사가 사업권을 나눠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쟁하기보다 사업성과 입지를 따져 각사가 공을 들여온 목표 단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첫 번째 요인: 수주전 투입 비용의 경제성
공사비와 홍보비용 등 수주 경쟁에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하다. 더욱 문제는 수주에 실패할 경우 투입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여러 단지에 자원을 분산하기보다, 사업성이 확실한 2~3개 단지에 집중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다.
두 번째 요인: 시장 구조의 특수성
목동 14개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는 점 자체가 건설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경쟁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정 건설사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사업장에 타사가 무리하게 진입하지 않는 업계 관행도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요인: 광역 시장의 수급 상황
정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2년 동안 수도권 시공사 선정 물량이 줄줄이 나오는 만큼 공사 시기를 분산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건설사가 더 유리한 조건의 프로젝트를 기다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시사한다. 단기간에 착공 현장이 집중될 경우 인력과 장비 투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조합에 불리한 협상 구도의 형성
경쟁입찰 무산이 야기하는 가장 직접적 문제는 재건축 조합의 협상력 약화다. 여러 건설사가 제시하는 공사비와 금융·설계 조건을 비교할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단독 입찰이 반복되면 조합의 공사비 협상력이 눈에 띄게 약해질 수 있다. 경쟁 대상이 없어지면 건설사가 양보해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이 부담할 분담금이 높아지거나 시공 조건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향후 공사 과정에서 계약 조건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동시에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경쟁 환경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건설 산업 전체의 수익성 악화와 건설사들의 선택이 엄격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의 '낮은 입찰가 경쟁' 구도가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시장 신호의 해석과 조합의 과제
목동 재건축 초기 3개 단지의 연쇄 수의계약은 건설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경쟁입찰 무산은 우연이 아니라 건설사의 수주 여력 제약과 사업성 평가의 보수화라는 근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합이 이 상황에서 취할 조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의계약이 불가피하다면 공개입찰에 준하는 수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협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공사비 비교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기간 진행될 공사 과정을 고려하여 계약 조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조합원 이익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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