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 1조6114억원에서 내년 2조1403억원으로 32.8% 인상된다.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대수도 올해 30만대에서 내년 43만대로 확대된다. 정부는 이를 "최근 전기차 수요 급증세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 입안 과정에서 해외 브랜드를 견제할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결국 미국 기업 테슬라의 성장을 납세자 부담으로 돕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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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테슬라의 독주

국내 신규등록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1.1%에서 올해 상반기 23.3%로 12.2%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7월 누적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은 23만70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3.3%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 성장의 대부분이 테슬라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테슬라 차량 신규등록은 2만6569대에서 6만6376대로 150% 급증해 전체 전기차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 중 테슬라의 비중은 28%에 이른다. 업계는 테슬라의 올해 국내 신차 판매가 1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조금 확대가 테슬라에 쏠리는 구조

전기차 보조금은 구매자에게 직접 지급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든 정부 지원이 따라간다. 각 완성차 업체의 모델별 보조금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보조금 예산의 상당액이 테슬라에 쏠린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보조금이 32.8% 증가하면 이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의도하지 않게 해외 기업을 지원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보조금만 늘리면, 경쟁력 있는 외국 기업에게 시장점유율을 내주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의 정책 개선 시도와 한계

업계에서는 자동차가 국가 전략산업인 점을 고려해 보조금 체계를 개선해 국산 브랜드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정부도 이런 의견을 반영해 지난 5월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평가 기준은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 관리(15점)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특히 공급망 기여도에 40점의 가장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국내 공급망에 기여하는 업체를 우대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다만 이 기준이 보조금 지급 규모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반영될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평가 기준은 마련했으나 보조금 지급에 직접 연결되는 차등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해외 브랜드 견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과제

내년 보조금이 32.8% 증가하면 테슬라의 국내 판매는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탄소중립이라는 정책 목표와 국내산업 보호라는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보조금 정책의 설계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평가 기준에서 국산 브랜드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등 지급 체계를 명확히 운영하는 것이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의 정책 의도가 실제 현장에서 국산 자동차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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