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이 만드는 역설: 흑자기업도 퇴출 대상이 되다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정부의 기술특례 요건을 믿고 진출한 기업들이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피해를 입고 있다. 기술특례기업으로 입성할 때 정부는 5년간 재무 요건을 유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시가총액 요건이 갑자기 강화되면서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뉴스에 따르면 실적이 좋은 중소·벤처기업도 시총만 낮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정책은 취지는 옳으나, 시가총액이라는 단 하나의 지표만으로 기업을 판단하는 경직된 기준이 성장 초기 기업들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시총 200억~300억원대 중소 상장사 대표들은 일관되게 현행 기준이 부당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작용: 본업 경쟁력 훼손과 정책 신뢰도 하락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본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에 나서야 할 성장 초기 기업들이 대신 주가 방어에 급급해 유상증자 등으로 무리한 자금조달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이 넘어가거나 핵심 사업이 왜곡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대체 방안인 '코넥스 이전상장'은 실질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9월 1~3일 코넥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억4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억610만원) 대비 74.8% 급감했다. 9월 1일 거래대금은 2억7993만원으로 최근 2년 새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거래량이 말라붙은 시장에서는 자금조달과 가격발견이라는 증시의 기본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코스닥에서 밀려난 기업들에게 코넥스 이전은 '유배'나 다름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책 재정의의 필요성: 시총만으로 판단하는 한계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기준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상장폐지 기준을 시가총액 하나만으로 가리는 것은 부정확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적이 있는 기업도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으면 성장의 기회를 잃는다. 정부가 시간을 버는 유예 조치(6개월 유예)를 취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현장에서 제시하는 방안은 코넥스 재상장 조건의 도입이다. 코넥스에서 시총과 실적이 상위권에 들면 다시 코스닥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구제 통로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의 근본 취지—불건전한 기업 퇴출—를 유지하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결론
상장폐지 기준의 재정의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정책의 정확성을 높이는 문제다. 시총 요건만으로는 기업의 실질적 경영 능력이나 성장성을 판단할 수 없다.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정책이 실제로는 유망한 중소기업까지 시장에서 내쫓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만큼, 다면적 평가 체계 도입과 단계적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
다음 단계:
- 코스닥 상장 기업이라면 시총 추이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정책 동향을 업계 단체나 전문가와 함께 분석할 것
- 투자자는 단순 시총 지표만 봐서는 안 되며,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을 함께 검토하는 투자 관점 필요
- 정책 결정자는 단일 지표가 아닌 종합 평가 체계 구축과 전환 기간 연장을 검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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