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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톱, 엇갈린 길을 가다

코스피가 9일 7051.64포인트로 한 달여 만에 7000선을 되찾았다. 지표 상승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투톱의 움직임이 명확히 갈렸다. 삼성전자는 26만9500원 보합권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3.51% 오른 185만6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산업군 내에서도 종목별 선호도가 뚜렷하게 분화된 장세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에서 그 정체가 명확히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779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순매도 1위 종목에 올랐고, SK하이닉스는 857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동시에 삼성전자 매도 상위와 SK하이닉스 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시장의 전략적 판단을 반영한다.

AI 메모리 수혜, 직접성의 차이

반도체라는 같은 산업군이지만 각 기업의 AI 수혜도가 다른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를 지금 현재 직접 공급하며 수혜를 입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개선에 강한 기대를 받지만, 당장의 AI 메모리 특수는 SK하이닉스만큼 즉각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시장에 형성돼 있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기술·미디어·통신(TMT) 관련 컨퍼런스에서 AI 수요 확대가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되자, 이러한 시장 판단이 자금 배분에 즉시 반영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적 반도체 수혜보다 단기의 AI 메모리 특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7000선 안착의 불확실성

코스피가 33거래일 만에 7000선을 웃돌긴 했으나, 지표의 견고성은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6600~7000 구간에 지난 3개월 전체 거래량의 29.77%가 집중된 두터운 매물벽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7000 부근에서는 차익 실현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달 거래대금이 17조7000억원까지 위축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신규 자금 유입 부진을 시사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코스피가 수차례 7000 진입에 실패하며 해당 지수대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7000 안착은 결국 증시 체력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거래량 회복이 지표 지속성의 관건임을 강조했다.

중장기 펀더멘털은 구조적 강세 상태

다만 반도체 업황 자체는 구조적으로 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프론티어 모델 성능 고도화로 인한 대당 연산량 증가와 중국의 저비용 모델 확산에 따른 사용자 기반 확대가 겹치면서,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이 함께 오르는 '슈퍼사이클'이 현실화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장기공급계약(LTA) 중심의 배분과 제한된 증설로 인해 수급이 계속 팽팽한 상태다. 이러한 구조적 강세는 반도체 주가의 장기 상승을 뒷받침할 요인이다.

결론

반도체 투톱이 각기 다른 길을 걷는 현상은 AI 산업 구조 속에서 기업의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SK하이닉스의 상승은 현재 진행 중인 AI 메모리 특수를 반영하고, 삼성전자의 보합은 중장기 수혜 기대와 단기 수급 현실 사이의 온도차를 대변한다. 투자자라면 7000선 매물벽 해소 여부, 월간 거래대금 회복 추이, 그리고 각 기업의 AI 관련 실적 발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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