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욱 두산 전자BG 사장이 최근 "국내 증평·김천 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태국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며 "추가적으로 중국 등 여러 지역에서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 속에서 전 지구적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현황: 국내 공장은 100% 초과 가동, 해외 확장까지
두산 전자BG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네트워크 기판용, 스마트폰 플렉시블 CCL(FCCL) 등의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다. 현재 국내 공장들의 가동 현황을 보면 시장의 긴박함이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지역별 가동률을 보면, 익산·김제 공장 76.3%, 증평 공장 109.8%, 김천 공장 102.7%에 달한다. 기업은 설비를 100% 이상 돌려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 공장도 92.2%로 높은 수준이다.
실적의 가파름도 눈에 띈다. 상반기 매출 1조 2930억원은 지난 2024년 연 매출 1조 60억원을 이미 웃돌았고, 2025년 연 매출 1조 8750억원의 69%를 상반기에 달성했다. 1년 수준을 반년 만에 벌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증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외 확장도 병행 중이다. 회사는 2028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CCL 공장을 신설하고 있으며, 이제 중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증설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원인: AI 서버 수요와 T-글래스의 공급 독점
국내외 동시 증설 계획의 배경에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수요의 급증이 있다.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찾고 있고, 그 기판에는 특정 소재인 T-글래스가 필수다.
T-글래스는 열팽창계수가 낮은 유리섬유 방적사로, AI 서버용 고성능 기판에 꼭 필요한 소재다. 문제는 이 소재의 공급을 일본 닛토보(Nittobo)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닛토보도 생산능력을 증설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중화권 경쟁사들도 T-글래스와 유사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성능이 아직 미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T-글래스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고, 이것이 전체 CCL 시장의 병목이 되고 있다.
전망: 고객사의 인증 부담과 2028년까지의 공급 제약
김인욱 사장은 "당분간 T-글래스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닛토보의 증설 속도가 보수적이고, 경쟁사의 대체품 개발도 기간이 필요한 만큼, 공급 제약은 단기에서 중기(2028년 전후)까지 지속될 공산이 크다.
더 중요한 점은 고객사의 제약이다. 사장은 "고객사가 사양을 낮추긴 어렵고, (요구사양에 맞게 경쟁사가 T-글래스를) 개발하고 고객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엔비디아 같은 거대 칩메이커는 기판 사양을 쉽게 바꿀 수 없고, 다른 공급사 제품으로 전환하려면 긴 검증과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 CCL 공급사에 일시적 우위를 주지만, 충분한 공급을 못하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두산 전자BG가 국내·해외 다중 증설을 서두르는 이유다. 2028년 이후 수요 변화까지 대비하면서, 시장 점유를 확보하고 고객사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충족하려는 전략이다.
결론
현재 CCL 시장의 공급 제약은 명확하다. 거기에 두산 전자BG가 국내 증설에 이어 태국 진출, 중국 등 추가 지역 검토까지 나서는 것은 시장 수요의 실질성을 보여준다.
반도체·PCB 산업 종사자라면 공급 계획과 거래처 우선순위 선정에 이 같은 시장 신호를 반영해야 한다. 반도체 관련 투자를 고려한다면, 공급 제약이 해소되는 2028년 전후를 주요 변곡점으로 설정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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