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대출 총량규제를 완화했지만, 공공분양의 중도금 대출난은 되레 심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분양 9곳의 계약자 4319명이 현재 중도금 대출 은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 가운데 7곳은 은행 선정 지연으로 중도금 납부기한까지 미뤘다. 규제를 풀렸는데 현장에서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 완화 후 오히려 심해진 '은행 부족' 현상

정부는 8·13 대책을 통해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로 올렸다. 중도금·잔금·이주비 등 주택공급 관련 대출의 총량 관리 부담을 낮춘 것이다. 은행이 더 많이 빌려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의도다.

하지만 이 여유 자리는 공공분양을 기다리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 이전에는 총량규제 때문에 집단대출을 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보완책 발표 후 그동안 은행을 찾지 못했던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다발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은행은 모든 사업장을 취급할 수 없어 사업성과 입지, 취급 규모와 수익성을 따져 선별하게 된 것이다.

은행 선택의 기준: 공공과 민간의 수익 격차

이 과정에서 공공분양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공공분양은 정책대출을 이용하는 수요자가 대다수이고, 분양가와 대출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은행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민간분양보다 현저히 낮다. 정책대출은 정부가 2차 보전으로 일부 수익을 보전하지만, 금리가 높고 대출액이 큰 민간분양이 은행의 입장에서는 훨씬 매력적이다.

결국 총량규제 완화는 역설적으로 은행에게 "고르는 자유"를 준 셈이다. 여유 자리가 생기자 은행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사업에 자리를 배정하는 선별 경쟁에 진입했다.

분양 물량 증가와 시장 전망의 불일치

문제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9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물량은 2만2704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한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1만8643가구로 43% 늘어났고, 수도권에만 59.6%(1만3537가구)가 집중되어 있다. 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시차를 두고 중도금 집단대출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분양 역시 중도금 단계에서는 정부 금융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LH가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수분양자가 집단대출을 받으려면 시중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어야 한다. 결국 공공주택 공급을 늘릴수록 중도금 조달에서는 민간 사업장과 같은 은행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그런데 주택산업연구원의 9월 분양물량 전망지수는 88.1에서 97.1로 상승했으나,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93.2에서 86.3으로 6.9포인트 하락했다. 분양 물량은 많아지는데 실제 분양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대출 부담과 금리 우려 속에서 은행의 선택성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결론

지표상 대출 총량이 풀렸지만, 현장의 공공분양은 은행의 '수익성 필터'에 걸러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규제 완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공공분양의 중도금 대출난이 분양자의 실제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공공 금융기관의 별도 대출 통로 확대나 정책금리 인센티브 강화 같은 보완책이 시급해 보인다.

실무 실행 팁: 공공분양 청약을 고려 중이라면,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를 사전에 여러 은행에 확인하고, 은행 확보 시점을 계약 전에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이 완화되었더라도 각 은행의 수익성 기준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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