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랙'과 '이루다' 같은 AI 캐릭터챗의 초기 개발과 기획을 이끈 전문가들이 뭉쳐 만든 스타트업 딥그로브(DeepGrov, 대표 나봉민)가 대화의 경계를 넘어선 AI 컴패니언 서비스 '프론티아(Frontia)'를 전면에 내세우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15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나봉민 대표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뤼튼에서 AI 캐릭터챗 '크랙'의 초기 기획과 제품 개발 업무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최고 제품책임자(CPO)인 최예지는 스캐터랩에서 AI 챗봇 '이루다'의 제품 전반을 지휘했으며, 뇌인지과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디지털 존재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함께 선보인 프론티아는 사용자의 선택과 대화에 따라 전개되는 'AI 시네마틱 플레이' 스타일의 이야기 게임이다.
회사의 핵심 메시지인 '인류에 사랑을 공급한다'는 기치 아래, 자극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소프트 톤(Soft tone)' 중심의 '아티피셜 러브(AL)'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생태계 구축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나봉민 대표는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확산을 추구하고 있으며,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콘텐츠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이용 기간 동안 찾아올 수 있는 흥미 감소와 일시적 쾌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계와 이야기 중심의 경험으로 재미와 신뢰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프론티아는 기존 캐릭터챗과 구별되는 기술력과 콘텐츠 강점을 갖춰 나가고 있다.
먼저 정해진 각본에 머물지 않고 AI가 상황을 자유롭게 진행시키는 동적 스토리 엔진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반전이나 배신 같은 예상 밖의 서사 전개가 가능해졌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지는 이야기 갈래가 1만개를 넘는다. 나 대표는 "스토리가 복잡해지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메모리와 장기기억 관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캐릭터챗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계속 터득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각적 표현도 주요한 차별점이다. 기존 AI 캐릭터챗이 글 위주의 대화에 집중했다면, 프론티아는 음성, 이미지, 영상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결합하여 더욱 몰입감 깊은 인터랙티브 경험을 전달한다.

이미 시장 반응도 긍정적인 모습이다. 프론티아 앱에 들어가면 2D 캐릭터를 넘어 실제 배우로 제작한 AI 휴먼이 연애프로그램 포맷으로 표현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환승연애', '솔로지옥', '하트시그널' 같은 방송 프로그램의 구성을 활용하며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선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사내 창작팀을 운영하는 한편, 외부 크리에이터의 창작도 격려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도 AI 제작 플랫폼인 '프론티아 스튜디오 엔진'을 통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나눌 수 있으며, 자신이 만든 작품으로 수익화도 가능하다.
현재 약 1000명의 창작자가 활동 중이고, 이 중 일부는 출시 2개월 만에 월 6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든 인류에게 사랑을 전하는 AI 친구'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회사는 서사(narrativ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간이 각자의 사연을 가진 것처럼, 캐릭터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지녀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메인 스토리를 마친 후에도 캐릭터가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상호작용을 이어나간다. 나 대표는 "단체 여행을 함께 다녀온 사람들 중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따로 연락을 유지하게 되는 것처럼, 실질적인 친밀감을 만드는 원리와 같다"고 표현했다.
AI와의 관계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AL(Artificial Love)과 HL(Human Love)이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비판은 두 가지를 같은 선상에서 본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나 대표는 "AI와의 상호작용은 인간관계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회적 상호작용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AL이 보완적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대화 기회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면, AI 친구와 소통하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AI와 상호작용하면서 분노와 혐오 같은 부정적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고, 점차 상호작용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낯설었던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이제 일상이 된 것처럼, AI 스토리 게임도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존 게임의 즐기는 방식을 AI 시대에 맞춰 재해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향후 이미지와 영상 콘텐츠를 넘어 가상현실(VR)과 월드 모델을 활용한 현실감 있는 콘텐츠로 진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로봇공학 분야와의 연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대형언어모델(LLM) 같은 모델 개발 시장은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렵지만, 캐릭터챗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해외에서도 론칭 후 2주 만에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결국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외 AI 캐릭터챗 시장은 사용자와 AI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캐터랩의 '제타'와 뤼튼의 '크랙' 등이 활발한 사용자 수를 기록하며 이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