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수출 계약이 줄 서서 취소되는 중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외국산 로봇 규제 조치가 한국 로봇 기업들을 직격하고 있다. FCC는 지난 7월 28일부터 신규 승인을 받지 않은 첨단 로봇의 미국 수입·유통·판매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로봇과 자율주행로봇(AMR), 무인운반차(AGV) 등 추진력과 원격 조작성을 갖춘 제품이 모두 규제 대상이다.
피해는 즉각적이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RB-Y1'은 FCC 규제 이후 미국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북미 주요 고객과의 수십 대 규모 수출 계약이 현재 멈춘 상태다. 국내 자율주행로봇 기업 A사도 미국 첫 수주에 성공했으나 규제로 애로 상황에 처했으며, 포드 에너지 배터리와 약 150억원 규모 무인운반차 계약을 맺은 티로보틱스도 2028년 6월까지 이어질 공급 계약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원인: 중국 겨냥한 규제, 한국도 포함
FCC의 규제는 공식적으로는 중국의 로봇 기술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지만,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외국산 로봇에 적용된다. 로봇이 군사·보안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선제적 규제를 통해 첨단 로봇의 대미 기술 유출을 원천 차단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이는 더 큰 산업 기조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반도체·배터리·핵심 부품의 자급률을 높이려는 온쇼어링·니어쇼어링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로봇 산업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 제조 기반과 부품 공급망 확보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복 조건: 미국 제조와 부품 국산화 필수
FCC 규제를 회피하려면 미국 국내 제조와 함께 부품 공급망의 미국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구체적으로 2028년 1월 1일까지 미국 전쟁부에 조건부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며, 미국산 부품 비중이 2028년까지는 65% 이상이어야 한다. 2029년부터는 75% 이상으로 상향된다.
그러나 현실적 극복은 어렵다. 모터·센서·감속기 등 로봇의 핵심 부품은 한국·일본·중국·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조달되고 있으며, 미국에서 자체 조달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용이하지 않다. 미국 내 제조 시설 구축에도 상당한 시간과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규제 조건 하에서 규제 회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망: 정부 대책과 재구조화 필요
한국 로봇 기업들은 산업통상부, 한국AI·로봇산업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대응 방안을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정부 차원의 특단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두 가지 흐름이 예상된다. 첫째, 미국 현지 제조 기반을 갖춘 대형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한국 중견 로봇 기업들의 미국 진출 장벽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둘째, 이 과정에서 유럽·아세안 등 다른 지역 시장으로의 수출 선회가 가속화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미 체결한 계약의 이행 가능성 검토와 법적 대응이 각 기업의 과제가 됐다.
결론
FCC 규제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지만, 한국 로봇 산업의 미국 진출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미국 제조와 부품 국산화는 현실적 극복이 어려운 조건이며, 정부와 기업 차원의 전략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KOTRA 등을 통한 미국 현지 규제 동향 모니터링, 유럽·아세안 시장 진출 전략 수립, 법무팀 중심의 계약 리스크 점검을 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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