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된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국내 증시는 강하게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코스피는 9월 17일 6,717선에서 약보합으로 마감했고, 코스닥은 0.72% 오른 821선을 기록했다. 시장은 큰 불확실성을 넘겼다는 안도감보다 추가 금리 인상과 거래대금 부족이라는 현실을 더 크게 반영했다.
FOMC 이후에도 코스피가 7천선에서 막힌 이유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 안에 있었다.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점도표의 상단 역시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장 초반에는 불확실성 해소 기대가 나타났지만, 오후로 갈수록 상승 탄력이 약해졌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PLUS자산전략팀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시장이 예상했던 금리 인상을 비교적 무덤덤하게 소화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는 단순히 25bp의 금리 인상 여부보다 50bp 인상 가능성과 물가의 재상승 여부가 더욱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5bp는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유가가 빠르게 오르거나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유지되면 시장의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현물 매도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2조3천억 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개인과 기관이 물량을 받아냈다. 기타 법인도 1조6천억 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현물은 팔면서도 선물에서는 이틀 연속 매수세를 보였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다만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주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수 전체의 상승을 제한했다. 반면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은 상승 종목이 상대적으로 많아 종목 확산 흐름을 보였다.
거래대금이 회복돼야 지수도 한 단계 올라간다
현재 시장의 핵심 문제는 방향성보다 자금의 강도다. 거래대금은 주식시장에서 실제 매매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거래대금이 줄면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상승세가 특정 종목에만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민재기 KB증권 PRIME CLUB 팀장은 고객예탁금과 코스피 지수의 흐름이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 이후 고객예탁금이 감소했고, 최근 100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100조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시장을 강하게 끌어올릴 만큼 자금이 유입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특히 5거래일 평균 거래대금은 고점이 계속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거래대금이 이전 고점을 넘어선 뒤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하는 장면이 나타났지만, 현재는 거래대금이 지수를 7천선 위로 밀어 올리기에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지수가 7천선과 7,500선 사이의 매물대를 시원하게 돌파하려면 기존 투자자의 현금화가 가능해지거나 신규 자금이 강하게 들어와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따라서 지수 숫자만 보고 추격 매수하기보다 거래대금의 방향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5거래일 평균 거래대금이 이전 고점을 넘어서는지, 그때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함께 오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실무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기에도 조선·방산·우주항공은 강했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가 약하고 금융주가 강하다는 전통적인 공식은 이번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소프트웨어 등 기존 강세 업종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고,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 피해주로 분류되던 일부 기술주와 바이오주가 반등했다.
국내에서는 원화 약세가 조선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조선주는 원화 가치가 약해질 때 수출 경쟁력과 실적 기대가 부각될 수 있는 업종으로 평가된다. 조선 기자재와 엔진 관련 종목도 함께 강세를 보이며 업종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방산주와 우주항공 테마도 상승했다. 원전주는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방산과 조선이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조방원’ 중 일부 종목에 관심이 몰렸다. 코스닥에서는 파두, CPO와 광통신 관련 종목, 일부 반도체 장비·후공정 종목이 반등했다.
유영화 KB증권 차장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실적이 견조한 종목은 신고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수준만으로 시장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이익과 현금흐름이 확인되는 기업, 즉 퀄리티 주식 중심으로 선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 금리 결정과 엔캐리 청산도 변수다
9월 18일에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이 예정돼 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정책금리는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25%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엔화 강세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엔화가 급격히 강해지면 빌린 자금의 상환 부담이 커져 글로벌 위험자산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박승영 팀장은 현재 엔화 움직임이 급격한 강세로 진행되는 모습은 아니며, 금리 인상 자체보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제하지 못할 때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금리 결정은 단순한 인상 여부보다 엔화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와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결론
FOMC라는 큰 이벤트는 지나갔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코스피는 6,800선과 7천선 사이에서 거래대금 부족과 매물 부담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독자는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5거래일 평균 거래대금이 이전 고점을 돌파하는지 확인한다.
- 외국인의 현물 매도와 선물 매수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는지 살핀다.
- 금리 민감도보다 실적과 현금흐름이 확인되는 조선·방산·기술주를 선별한다.
지금은 지수의 단기 등락보다 자금이 실제로 시장에 돌아오는지가 더 중요한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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