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가 스마트폰을 통하지 않고 AI 에이전트와 바로 소통할 수 있는 전용 모바일 기기를 공개하며 자체 AI 생태계 확대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연례행사 ‘메타 커넥트 2026’에서 손바닥 크기의 기기 ‘뮤즈 참(Muse Charm)’을 공개했다. 인기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이 기기로 즉시 불러 사용할 수 있다.
앱으로 출시된 뒤 다운로드 차트 상위권에 오른 뮤즈를 전용 하드웨어로 확장해, 애플과 구글이 장악한 모바일 OS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구상이다.
신제품은 애플 에어팟 케이스와 회중시계, 1990년대 인기 디지털 기기 다마고치를 떠올리게 하는 휴대용 펜던트 형태다. 앞면에는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2인치(약 5cm) OLED 터치스크린이 있고, 반투명 케이스로 내부 회로가 보인다.
지문 인식 센서로 기기 잠금을 즉시 해제할 수 있다. 내장 5G 모뎀을 지원해 와이파이에 연결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작동하지만, 일반적인 음성 통화와 영상 통화 기능은 제외됐다.
기기 중앙에는 외모와 목소리를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는 가상 뮤즈 캐릭터가 표시된다. 전·후면 카메라는 주변의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데 쓰인다. 손목 스트랩이나 목걸이 줄을 달아 열쇠고리나 가방에 장식처럼 걸 수 있으며, 기기를 가진 사용자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상호 작용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저커버그 CEO는 키노트 연설에서 “개인 초지능이 가장 먼저 등장할 뿐만 아니라 훨씬 더 크고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라며 “실시간 음성과 아바타 기능을 포함해 뮤즈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열쇠고리에 달 수 있는 크기의 기기에 담아냈다”라고 강조했다. 안경을 쓰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주변 상황을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는 참과 같은 하드웨어로 뮤즈의 자율 로봇 기능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먼저 사용자를 확보한 뒤, 뮤즈를 통한 전자상거래·여행 예약·결제 등 연동 서비스에서 거래 수수료를 받아 장기적인 수익을 낸다는 전략이다.

개발 과정과 출시 일정도 관심을 모은다. 애플에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총괄했던 앨런 다이가 이끄는 디자인 연구소와 슈퍼인텔리전스 AI 그룹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초기에는 ‘클로마고치(Chlomagotchi)’라는 프로토타입으로 출발했으며, 9개월 만에 완제품 형태로 개발됐다. 원래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저커버그 CEO가 개발을 적극 독려하면서 일정을 크게 앞당겨 올해 12월 연말 쇼핑 시즌에 내놓기로 했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부품 구성이 마무리되면 12월 출하 시점에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일반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200~300달러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이 제품을 “탐구 단계의 전형적인 버전0(v0) 제품”이라고 부르면서도 “뮤즈의 열성 팬층을 중심으로 분명한 수요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이 공개된 뒤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서 10대와 20대 등 Z세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 복고풍 패션 소품에 친근한 동반자라는 개념을 결합한 접근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스타트업 래빗의 ‘R1’과 휴메인의 ‘AI 핀’ 등 과거 소형 AI 전용 기기들이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사례를 들어, 대중화 가능성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오디오 기기보다 편리한 점을 넘어서는 독자적인 효용을 입증하지 못하면 일부 얼리어답터를 위한 장난감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참은 오픈AI가 준비 중인 차세대 AI 하드웨어와도 비교되고 있다. 메타의 참이 주머니나 열쇠고리에 달고 다니는 ‘휴대형 개별 에이전트’에 가깝다면, 오픈AI의 첫 기기는 책상이나 집 안에 두고 쓰는 ‘하키 퍽 형태의 AI 스마트 스피커’가 유력해 사용 환경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메타가 양산형 실물 기기를 먼저 선보여 AI 하드웨어 주도권 경쟁에서 기선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이 적용될 오픈AI 기기가 폼팩터의 완성도 면에서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