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은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를 활용해 관측이 비어 있던 우주의 자외선 영역을 메운 최초의 완전한 자외선 전천(All-Sky) 지도를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천체물리학자이자 앤트로픽 연구원인 브리스 메나르 교수가 이끈 이번 프로젝트는 대규모 과학 데이터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연구용 AI 에이전트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자외선은 지구 대기의 오존층에 흡수되므로 우주 망원경으로만 관측할 수 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운용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갈렉스(GALEX) 위성도 강한 빛으로 탐지기가 손상되는 일을 막기 위해 별이 빽빽한 은하 평면과 밝은 별 주변은 의도적으로 관측하지 않았다.
한국의 과학기술위성 1호에 탑재된 원자외선 분광기(FIMS/SPEAR),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위프트(Swift) 등 여러 위성이 데이터를 보탰지만, 전체 하늘의 약 3분의 1에는 자외선 자료가 여전히 없었다. 메나르 교수는 연구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지루하고 까다로운 데이터 보정 작업에 수주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더 시급한 연구를 위해 전천 지도 완성을 후순위로 미뤄두곤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6월 공개 베타로 출시된 클로드 사이언스 환경에서 여러 AI 에이전트를 구동했다. 에이전트들은 데이터 수집부터 시각화까지 모든 과정을 병렬로 처리했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독립된 개별 모델이 아니라 ‘클로드 3.5 소네트’ 등 기존 AI 모델을 바탕으로, 대규모 학술 데이터 처리와 멀티 에이전트 분석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인터페이스이자 연구 도구다.
에이전트들은 수만 장에 이르는 갈렉스, 스위프트, FIMS/SPEAR,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와 플랑크(Planck) 위성 데이터를 모아 동일한 좌표계와 해상도에 맞춰 교차 보정했다.
밝은 별 주변에서 빛이 번지는 현상도 나눠 처리해 희미한 자외선 신호를 정확히 측정하도록 정밀하게 정화했다. 관측 자료가 없던 3분의 1 영역은 가시광선·적외선·전파 파장 자료와 자외선 사이의 상관관계를 학습한 머신러닝 인페인팅(Inpainting) 기법으로 추정해 채웠다. 단순한 이미지 생성형 AI 대신 통계적 회귀 모델을 사용해 먼지와 가스 지도에 근거한 과학적 정밀도를 지켰다.
여기에 ESA 가이아 위성의 가시광선 측정값을 바탕으로 1억 1900만 개 이상의 개별 별과 16만여 개 외계 광선이 방출하는 자외선량을 추정해 지도에 합성했다. 검증을 위해 관측 자료 일부를 임의로 가린 뒤 AI의 예측값과 실제 측정값을 비교한 결과, 오차는 약 10% 이내였다.
이번 성과는 AI를 완전히 자율화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검토가 왜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작업 중 일부 영상에서 원형 잔상이 되풀이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갈렉스 관측 장비에서 나타나는 지구 대기 자외선의 잔류 발광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 생긴 인공물이었다.
AI 에이전트들이 두 차례 검토했을 때도 이 오차를 걸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메나르 교수가 문제를 지적하자 클로드 사이언스는 관측 데이터 3만 8000건 전체에 남은 대기 잔광을 즉시 수정했다. 메나르 교수는 “내가 단지 지시를 내리고 다른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클로드 사이언스가 몇 시간에 걸쳐 자율적으로 계산을 수행했다”며 “AI는 연구에 할애할 시간을 희생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미뤄왔던 숙원 과제를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발표와 관련해 교차 검증과 신중한 데이터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학술·교육 분야에서는 은하수 안의 먼지 구름과 어린 별들의 성운, 초신성 폭발 잔해 등을 자외선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교육 자산이라는 평가가 많다.
반면 기술 분석가들은 “지도의 3분의 1은 엄연히 통계적 모델로 예측된 추정치”라는 점을 지적한다. 앤트로픽이 지도에서 측정값과 예측값을 레이어로 구분(Provenance)하고 픽셀별 불확실성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학술 검증 자료로 쓸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의 교정 시스템이 해당 분야 지식을 갖춘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왔다.
완성된 자외선 지도는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