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사람처럼 행동하면 법인격도 필요한가
에이전트형 AI는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다루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장과 가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기술이 사람처럼 행동할수록 “AI에도 법적 인격을 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행동의 유사성은 법인격 부여의 충분한 이유가 아니다. 법인격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법적 지위다. 핵심은 AI가 사람처럼 보이는지가 아니라, 그 지위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누구를 보호하려는지다.
반론과 맹점: 법인격은 발견이 아니라 제도적 선택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 법인격을 부여한 사례는 있다. 법인은 사람이 아니면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독일 민법은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이는 법인격이 생물학적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자연적 속성이 아니라, 사회가 목적에 따라 설계해 온 법적 기술임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AI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법인과 동물의 지위를 만든 목적과 AI에 지위를 부여할 목적은 따로 따져야 한다.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인다”는 인상만으로 판단하면,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라는 실무적 질문이 가려질 수 있다.
2017년 유럽의회는 자율로봇의 전자인 지위 검토를 결의했고, 같은 해 한국에서도 로봇을 전자적 인격체로 거론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잦아들었고, EU 인공지능법과 한국 AI기본법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이 흐름은 법인격이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으로 도입되는 해법이 아님을 보여주는 반대 근거다.
최악의 경우: 보호보다 책임 회피가 앞설 수 있다
법인격을 부여해도 그 자체로 피해 구제나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위의 설계가 불분명하면 AI를 만든 사람이나 운영하는 사람의 책임이 흐려지는 함정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필요한 상황에서도 논의를 “AI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닫으면, 기술이 바꾼 현실에 법이 대응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여기서 진짜 리스크는 AI에게 지위를 주느냐 마느냐만이 아니다. 누가 이익을 얻고, 피해가 생기면 누가 부담하며, 사람의 권리와 안전을 어떻게 지킬지를 정하지 않은 채 상징적 논쟁에 머무는 것이다.
결론
AI 법인격을 검토할 때는 “AI가 사람 같은가”보다 “사람을 위해 어떤 법적 효과가 필요한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 논의의 목적을 피해 구제, 책임 배분 등 구체적인 문제로 적는다.
- 법인격을 부여했을 때 권리와 의무가 누구에게 어떻게 생기는지 확인한다.
- 법인격 없이 기존 제도와 책임 구조로 해결할 수 있는지도 함께 비교한다.
- #AI법인격
- #AI기본법
- #인공지능법
- #전자적인
- #로봇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