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깊은 암반에 묻으면 안전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지하 약 500m 암반에 터널을 만들고, 처분공에 폐기물을 넣은 금속 용기를 벤토나이트로 감싸는 방식이다. 단단한 암반과 여러 겹의 방벽이 있으니 깊이 묻는 것만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안전성은 깊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한토목학회 KSCE 2026 원전특별세션에서 논의된 핵심은 지하수의 물길과 굴착으로 손상된 암반이다. 물이 흐르는 통로가 생기면 방사성 물질이 이동할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맹점: 물길은 재료와 굴착 과정에도 좌우된다

투수계수는 물이 흙이나 암반을 통과하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하창용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팀장은 콘크리트와 철강 같은 재료의 열화 특성을 투수계수와 연결해 봐야 안전성 기여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기물의 열로 암반 온도가 약 20도에서 100도 가까이 오르고, 이 상태가 10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따라서 초기 성능만 확인하고 장기 안전성을 확신하는 것은 함정이 될 수 있다. 굴착으로 생기는 암반 손상과 그에 따른 물길 변화, 재료 열화가 함께 평가돼야 한다.

반대 관점에서 보면, 깊은 암반에 묻고 벤토나이트를 채우는 설계만으로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참고 뉴스에는 실제 처분시설의 실패 사례나 반대 전문가의 발언이 제시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특정 실패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 무엇을 잃나

뉴스에서 제시한 위험 경로는 폐기물 반응으로 생기는 가스와 지하수에 녹아 이동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물길을 통한 이동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사람과 환경을 방사성 물질로부터 격리하려는 처분의 목적이 약해질 수 있다. 폐쇄 후 1만년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의 측정만으로는 장기 성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 리스크다.

결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성을 볼 때는 깊이와 방벽의 수만 따지기보다 물길·굴착 손상·재료 열화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 투수계수 변화가 재료의 열화 평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본다.
  • 굴착으로 생긴 암반 손상을 줄이는 기술과 장기 모니터링 방법이 제시되는지 확인한다.
  •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에서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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