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개봉한 영화 '호프'가 관객 5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흥행 요인은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재난 지역의 경찰차로 등장하는 현대차의 중형 세단 스텔라가 180도 드리프트, J턴 등으로 광란의 추격전을 벌이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1983년 출시된 43년 된 차량이 첨단 액션을 소화한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심장 이식'이다.
제네시스 쿠페 엔진을 품은 스텔라
영화에 등장한 스텔라 7대 중 액션 촬영용 3대에는 현대차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의 엔진이 장착되었다. 차체는 1980년대 스텔라 그대로지만, 성능은 경주차에 가까워진 것이다.
제작진이 직면한 첫 과제는 스텔라 확보였다. 1992년 단종된 차량이라 매물이 희귀했기 때문이다. 소품업체, 중고차 플랫폼, 올드카 동호회까지 뒤진 끝에 인천, 전남 해남, 제주 등 전국의 중고차 매매상을 누볐다.
10여 곳 협력, 40년 차이의 기술을 만나다
확보한 7대 중 3대의 개조에는 튜닝·모터스포츠 업체와 현역 드리프트 선수 등 10여 곳의 기술 협력이 필요했다. 제네시스 쿠페 엔진이 스텔라 엔진룸보다 커 내부 배치를 백지에서 다시 설계했고, 차체 구조도 조정했다. 좌우 바퀴 동력 배분을 담당하는 디퍼렌셜(차동기어)과 전자제어장치(ECU)를 새로 세팅했으며, 서스펜션·브레이크·조향장치도 개선했다. 드리프트와 급회전의 하중에 견디도록 차량 하부를 보강했고, 단종되어 구할 수 없는 부품은 직접 제작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서 흔하지 않은 시도다. 43년 차이의 기술이 어떻게 호환되는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엔지니어링을 넘어 올드카 문화와 신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사례를 보여준다.
현대차의 선택: 왜 heritage 마케팅에 투자했나?
현대차는 스텔라 복원 지원을 넘어 영화 제작에 투자하기까지 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민을 지키는 '공동체의 자동차'라는 극 중 역할이 스텔라의 '가족의 차' '모두의 차' 이미지와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스텔라는 현대차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포니에 이은 두 번째 고유 승용 모델이자,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맡았다. 무엇보다 현대차 중형 세단 계보의 출발점이다. 쏘나타는 1985년 스텔라의 최상위 고급 사양으로 첫 등장한 뒤, 40년 넘게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에게 스텔라는 기업 성장사의 상징이자 쏘나타로 이어지는 정당성의 원점인 것이다.
전망: 자동차가 문화상품으로 변하는 중
이번 사례는 자동차 산업에 한 가지 신호를 시사한다.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 교통수단이 아니라 문화상품으로 재편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드카를 단순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최신 기술과 결합시켜 영화·엔터테인먼트에서 재현하는 양태다.
500만 관객이 스텔라의 액션에 호응했다는 것은 이 같은 통합이 대중 문화에서 충분한 흡인력을 갖춘다는 의미다. 비슷한 협력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제조사들이 자사의 heritage 모델을 영화, 게임, 광고 등에 투입하는 투자가 단순 브랜딩을 넘어 산업 전체의 문화자본화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영화 '호프' 속 스텔라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1983년 출시부터 올해까지 43년을 건넌 차량이 제네시스 쿠페 엔진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현대차의 투자와 10여 곳 업체의 협력 끝에 탄생한 이 하이브리드는 자동차 산업이 기술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자산화하는가를 보여준다.
실무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 Heritage 자산의 재평가: 기존 모델이 갖춘 역사적 의미를 확인하고, 현대적 기술·콘텐츠와 결합하는 전략 수립
- 산업 간 협력 생태계: 튜닝·모터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협력으로 차량이 단순 제품이 아닌 문화 창작의 매개체가 되는 구조 구축
- 중고차·올드카 시장의 혁신: 40년 된 차도 기술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중고차와 신기술을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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