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8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요 측 압력에 따른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올해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함께 나타나고 있고, 한은의 최고 정책 담당자가 직접 장기적 고물가 우려를 표현한 것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7월 근원물가, 2년 7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 기록
한은이 8월 기준금리 결정 시 주목하기로 했던 7월 근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2.6%를 기록했다. 2023년 12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한편 생활물가지수는 2.5%로 전월의 3.4% 대비 상승률이 둔화했다.
유상대 부총재는 "7월 물가는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끈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조적인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강조했다.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기초 흐름은 여전히 상승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공급 충격과 수요 회복의 이중 압력
고물가 장기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 거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공급 측 압력이다. 유상대 부총재는 "중동 사태로 인한 공급 측 압력"이 물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수요 측 압력인데, 이것이 더욱 강조되었다. 유상대 부총재는 특히 "이례적인 반도체 호조세"로 인한 수요 충격을 경계했다. 반도체 분야 임금 인상이 3개월 뒤 서비스 임금 인상으로 파급되면서 서비스 물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이 이번 인상기에 주목하는 점은 명목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성장세가 빠르고 높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의 기준금리 인상기와는 다른 구도다. 이는 경기 호황 속에서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지난 위기와는 다른 양상,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의 비교가 의미심장하다. 유상대 부총재는 "당시엔 공급 충격과 함께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까지 추가돼 금리가 연 3.5%까지 올랐다"며 "이번에 물가가 그 정도까지 올라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성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가 상승 폭은 크지 않겠지만 지속성에 대한 통화정책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발언은 곧 물가가 빠르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지난 위기의 극단적 수치는 피할 수 있지만, 고물가 국면 자체는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통화정책의 사이클 강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유상대 부총재는 "경기는 사이클을 그리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기준금리 정책도 사이클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또한 "기준금리 정책이 사전적으로, 선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성장과 물가 전망을 살피며 추가 인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기가 과열되기 전, 또는 물가 기대심리가 고착되기 전에 정책 대응을 하겠다는 신호다.
결론
유상대 한은 부총재의 발언은 세 가지 실무적 함의를 담고 있다. 첫째, 향후 물가는 완만하지만 '끈기 있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둘째,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의 호황이 임금과 서비스 물가로 전파되는 메커니즘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셋째, 추가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 시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 운용과 부채 관리의 시간이 좁혀지고 있다.
다음 실행 사항:
- 8월 기준금리 결정(20일 예정) 관찰과 기자 설명자료 검토로 추가 인상 신호 파악
- 신용카드 사용액, 가계부채 등 수요 측 지표의 움직임 추적을 통한 경기 신호 감시
- 반도체 업종 임금 인상 동향과 이후 3개월 뒤의 서비스물가지수 연동성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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