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규제당국이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상장 이후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계기로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모방 기업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기술 역량이 부족한 시장의 과열을 진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최근 투자은행과 투자사들에 비공식적인 '창구 지도'를 통해 휴머노이드 기업의 IPO 승인 기준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제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매출 창출 능력, 적자 감소 전망, 그리고 실질적인 기술 혁신을 명확히 입증해야만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창구 지도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 규정 절차 없이 금융기관에 정책 방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상장 자체를 차단하기보다 가격 경쟁과 생산 증대에만 의존하는 기업을 골라내 유사 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올해부터 투자 붐이 일고 있다. 크런치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에 투입된 자금이 54억달러(약 7조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23억달러를 이미 초과했다.

중국 기술 컨설팅사 애널리시스의 분석에 의하면 기업가치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이상의 휴머노이드 관련 기업이 10곳을 넘는다.

그런데 민간의 투자 열기와는 달리 공개시장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업계 최고봉인 유니트리는 지난달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60% 급등했지만, 그 이후 첫날 종가에서 40% 내려앉았다. 로봇용 3D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메크마인드 로보틱스도 홍콩증시 상장 후 공모가보다 약 20%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휴머노이드 기업들의 상장 추진은 계속되고 있다. 갈봇(GalBot), 애지봇(AgiBot), 림엑스 다이내믹스(LimX Dynamics), 갈락시아 AI(Galaxea AI) 등 여러 업체가 중국 A주 시장이나 홍콩증시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당국이 기준을 엄격히 한 배경에는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이 중국 전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있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수백 개 회사가 벤처 자본을 유치했으며, 중국 벤처투자 데이터베이스 IT쥐쯔의 통계로는 올해 상반기에 새로 탄생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 67곳 중 19곳이 로봇 분야에 포진했다.

그러나 산업이 급성장하는 속도에 기술 발전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일부 기업이 AI 기술을 앞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시회에서는 로봇이 세탁물을 정리하고 요리하며 격투하는 등 여러 작업을 하는 모습이 시연되지만, 현실의 작업 환경에서는 사람의 개입 없이 제대로 된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산업 성장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실제 수익 창출력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진입의 문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민간 투자 열풍에서 비롯된 휴머노이드 사업이 증권시장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 실질적인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증명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상장의 기회를 잡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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