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에서 열릴 예정이던 '캘텍 매스어톤'의 후원을 철회했다.
댄 로버츠 오픈AI 연구 총괄은 지난 10일 X 플랫폼에 올린 글에서 "수학 분야 종사자들로부터 제기되는 우려 사항들을 존중하여 캘텍 매스어톤의 후원 결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학 커뮤니티와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기술과 학문의 건설적인 통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은 수학자들이 AI가 만들어내는 부정확한 결과물, 즉 '슬롭 수학(Slop Mathematics)'을 강하게 비난하며 후원 중단을 요청하는 공개 성명서를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필즈상 수상자인 테렌스 타오 UCLA 교수, 티모시 가워스 켐브리지대학교 교수를 포함하여 권위 있는 수학자 100여 명이 이 성명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AI가 만든 미검증 계산 결과인 슬롭 수학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으며, 대량의 토큰을 투입해 단기간의 성과를 강요하는 방식이 학문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등의 발단은 캘텍 학부생들이 주도적으로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수학 문제 해결 대회를 기획하면서 시작되었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참가자들에게 총 200만달러 규모의 AI 크레딧 지원을 약속했으나, 캘텍의 전·현직 수학 연구자들은 수일간 AI 토큰을 낭비하도록 유도하는 이런 형태의 경쟁이 학문 공동체에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주요 AI 기업들이 앞다투어 첨단 모델로 수학의 난제들을 해결했다고 선전해온 상황이 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오픈AI는 자신의 '아스트라' 내부 버전을 통해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미해결 난제 10건을 풀어냈다고 주장했다. 앤트로픽도 비공개 '클로드'를 이용해 160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리만 가설' 문제에 도전했으며, 리만 제타 함수 영점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의 41.6%에서 67.2%로 크게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거잇따른 '문제 해결' 발표는 수학계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오픈AI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 저명한 수학자 40여 명을 초청했을 때는 극단적인 가정까지 논의되기도 했다. 토론토대학교의 다니엘 리트 교수가 '수학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AI가 고도화된 연구 결과를 기계적으로 대량 생산할 경우 인간 수학자의 역할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 한 예다. 심지어 "수학이 AI에 가장 먼저 대체될 수 있는 학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AI가 도출한 결과의 신뢰도와 표절 의혹도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90년 동안 풀리지 않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법을 AI 에이전트로 찾아냈다고 발표하자, 뉴욕대학교의 트리스탄 버크마스터 교수와 앤트로픽 연구진의 비공개 연구 자료가 코덱스 세션을 거쳐 유출되어 활용되었을 가능성은 아닌지 하는 표절 논란이 터져 나왔다. 오픈AI는 도용 혐의를 부인했으나, 상품 이용 과정에서 수집한 익명 데이터가 모델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점은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특히 학계의 비판은 AI가 미해결 난제를 풀었다고 성급히 홍보하면서도, 그 결과를 정밀하게 검토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힘든 작업을 연구자들에게 보상 없이 전담시키는 구조에 향해 있다.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었던 측은 "새로운 도구를 통해 젊은 세대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려는 본래의 취지"였다며 당황해하고 있다. AI가 만든 계산의 오류들을 바로잡아야 하는 학계의 짐이 무거워지면서, 기술 산업과 전통 학문 사이의 균열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