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체 초파리의 신경망 지도가 오픈소스로 공개되면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이를 활용한 창의적인 실험들이 폭증하고 있다. 16만 6700개의 가상 뉴런과 2500만여 개의 신경 교착점을 갖춘 초파리 뇌가 고전 게임 플레이를 시작으로 로봇 제어, 암호화폐 매매, 대형언어모델(LLM) 통합, 코드 생성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구글 리서치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 연구캠퍼스가 공동으로 성체 수컷 초파리의 뇌와 중추신경계 전체를 매핑한 신경 연결지도(커넥톰)를 처음 공개했다. 이는 실제 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듯 움직이는 '디지털 초파리'를 구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컴퓨터 환경에서 완전히 작동하는 생물학적 신경계를 갖춘 셈이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곧바로 글로벌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중 가장 먼저 활발해진 영역은 게임 플레이였다. 초파리의 시각 입력을 게임 화면 데이터로 받아들이고, 운동 뉴런의 출력 신호를 게임 컨트롤러와 연동시키는 프로젝트들이 속속 등장했고, 현재도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축적되고 있는 분야다.
최근에는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에 가상 초파리 뇌를 탑재해 봇과의 대전에서 3판 2승을 기록하게 했으며, '마리오 카트' 트랙 주행도 구현했다. 나아가 3차원 공간 인지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루빅스 큐브'를 풀도록 훈련시키는 등 난이도 높은 퍼즐부터 실시간 액션 게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을 벗어난 실제 하드웨어와의 연계 실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 개발자는 가상 초파리 뇌를 '마이크로덕' 로봇 캡슐에 탑재하고 가상의 시각·후각 자극을 제공해 바나나 향을 찾아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또 다른 엔지니어는 초파리의 운동 뉴런 신호를 실제 로봇 팔에 연결해 케밥을 칼로 자르는 복잡한 물리 작업을 수행하도록 구성했으며, AI 하드웨어 'r1' 내부에 초파리 뇌를 설치해 작동시키는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생물학적 신경 자극 원리를 금융 거래에 접목한 사례도 나타났다. 코인베이스 출신의 한 엔지니어는 초파리 뇌 시뮬레이션에 캔들스틱 차트 이미지를 시각 정보로 입력해 자동 암호화폐 데이 트레이더인 '스통크플라이(Stonkfly)'를 개발했다. 거래 수익 발생 시 15개 뉴런에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자극하고, 손실 시 2개의 혐오 뉴런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학습시켜 매수·매도·관망 중 선택을 내리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가장 첨단의 시도는 초파리 커넥톰을 LLM 및 프로그래밍 프레임워크와 결합하는 분야다. 알렉스 웜무스라는 개발자는 전체 초파리 신경망을 12억 매개변수(1.2B) 규모의 언어모델에 통합한 '초파리 언어모델(FLM)'을 구축했다. 다만 자체 실험 결과 생물학적 신경망과의 결합이 언어 처리 성능 향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개발자들은 초파리 뇌의 뉴런 발화 패턴을 LLM의 토큰 생성 메커니즘과 연동해, 신경 활동을 거쳐 실제 실행 가능한 소프트웨어 코드를 생성하는 실험까지 구현하며 신경생물학과 AI의 융합 방식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오픈소스 뇌 지도 데이터가 기존의 OpenAI나 구글 인공신경망을 바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 입력과 운동 출력이 생물학적 구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 플랫폼'이 형성된 결과로 분석했다.
생물학적 뇌 배선도가 모든 컴퓨팅 문제를 푸는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16만여 개의 실제 뉴런 구조를 AI 알고리즘과 직접 연결해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자체가 뇌과학과 컴퓨터 과학의 교집합을 탐구하는 새로운 계기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