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주요 AI 기업 대표들이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개발 속도 조절을 촉구하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증시에서 AI 관련 주가들이 한꺼번에 내려앉았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 아시아 증시의 반도체 및 주요 공급망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는 오픈AI의 주요 투자사인 소프트뱅크가 장중 13.2%까지 내렸다가 결국 11.3% 하락으로 마감했다. 반도체 장비 제조사 도쿄일렉트론은 초반에 9.8% 폭락했다가 3.7% 하락으로 수습했으며, 메모리 반도체 회사 키옥시아도 5.4% 떨어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고성능 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감소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는 장 중반에 6.2%까지 내렸다가 5.3% 하락으로 종장했고, 이는 기술주 전반의 약세로 이어졌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도 4.2%까지 내렸다가 결국 3.7% 하락하며 증시 약세에 더해졌다.
대만의 증시에서는 세계 최대 반도체 대탁생산업체 TSMC의 주가가 1.5% 내렸다가 1.2% 하락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와 앤트로픽 등 글로벌 칩 설계를 독점 생산하는 TSMC의 약세는 전 세계 AI 반도체 산업 전체에 경고신호가 울렸음을 의미한다.
중국과 홍콩 증권시장도 이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SMIC는 2.6% 하락했고, 창신메모리(CXMT)도 장중 3.6% 내렸다. 홍콩 상장 AI 광모듈 제조업체 중지이노라이트는 초반에 6.7% 급락했으며, 미니맥스는 7.8% 하락했다. Z.AI는 추가로 주식 발행 악재까지 겹쳐 최대 10.5%까지 폭락했다.
이 같은 하락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12일 "프론티어 모델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CEO 등도 이에 동의했다. 알트먼 CEO는 특히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예정된 기업공개(IPO)까지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AI 안전성 관련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속도 조절론자들을 기술 주도권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꼬집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이러한 경고가 실제로는 성장 둔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일 수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