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월드를 '통째로 빌린' 거래의 배경
SK텔레콤이 9월 12일 밤 11시부터 13일 오전 5시까지 롯데월드 어드벤처 실내 전체를 대관하고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 3000명을 초대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통신사의 고객 유지 전략이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통신 시장이 포화 국면에 접어든 지금,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일이 신규 고객 확보만큼 중요해진 맥락에서 이러한 초대형 경험 마케팅이 등장했다.
참가자 구성을 보면 이 전략의 초점이 명확하다. 10년 이상 20년 미만 가입자가 약 75%로 가장 많았고, 20년 이상 30년 미만이 약 18%, 30년 이상이 약 7%였다. SK텔레콤은 2월부터 롯데월드와 협의를 진행했으며, 롯데월드가 제시한 4000명 수용 가능 인원을 3000명으로 줄여 쾌적한 경험을 보장했다.
장기 고객 확보 전략의 진화
이번 이벤트는 T장기고객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장 프로그램들은 모두 '오랜 시간'이라는 콘셉트에 맞춰졌다. 가입 당시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타임캡슐 상점에서는 간식과 매직패스까지 제공했고, 가입 연수를 활용한 T빙고 미션들이 배치됐다. 오전 1시부터 진행된 전국장기고객자랑에서는 참가자 전원에게 T휴대폰 결제 10만원 할인권을 제공하고, 1등에게는 1년 통신비 무료, 2등에게는 뮤지컬데이 초청권을 지급했다.
현장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14년 전 군대에 있을 때부터 두 아이 아빠가 될 때까지 한 통신사만 쓰고 있는데, 오래 쓴 보람이 있다"고 한 참가자는 말했고, 강원도 춘천에서 온 다른 가입자도 "12년 전부터 지금까지 큰 불편 없이 SK텔레콤을 써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은 단순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이 아닌 감정과 경험에 기반한 마케팅의 효과를 시사한다.
시장 전망과 시사점
이번 사례는 업계의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한다. 통신사들은 과거 요금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 자체를 차별화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롯데월드 야간 운영이라는 물리적 투자는 단순 이벤트비를 넘어 10년 이상 고객의 선택지를 좁히고 이탈 방지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읽힌다. 통신 시장에서 기기 변경, 요금제 다양화, MNO·MVNO 경쟁이 심해질수록,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 기반 확보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
앞으로 이러한 경험 기반 마케팅은 통신사 업계를 넘어 이동통신과 유사한 정기 구독 서비스(스트리밍, 멤버십 등) 영역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무형의 서비스 기반 산업에서 가격 경쟁의 벽이 낮아질수록, 고객을 '유지'하는 감정적 연결 고리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결론
SK텔레콤의 롯데월드 야간 대관은 고객 이탈이 곧 경쟁력 상실인 통신 시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기 고객에 대한 감정적 보상이 재계약 여부를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할인받는다'를 넘어 자신의 충성도를 인정받고 경험하는 시간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 이탈 방지의 핵심이다. 통신사 선택이 점점 경험의 문제가 되어가는 만큼, 다른 서비스 산업도 주목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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