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국내 증시는 악재가 겹친 가운데서도 급락을 피했다. 코스피는 장중 6,700선을 회복했지만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일 대비 약 1% 하락한 6,617선에서 마감했다. 장중 저점은 6,580선이었다. 코스닥은 한때 2%대까지 올랐지만 상승폭을 줄여 0.72% 오른 812선에 머물렀다.
시장을 누른 핵심 변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5% 재돌파와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3원가량 오르며 1,359원을 기록해 외국인 수급에도 부담을 줬다.
코스피는 밀렸지만 자금은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개인이 약 1조2,000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매도했다. 반면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매도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보다 개별 종목과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집중된 모습이다.
수급이 엇갈린 이유는 대형주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대형주는 금리와 AI 투자 논쟁에 묶였고, 원전·로봇·소부장·제약바이오 등 개별 재료가 있는 종목으로 순환매가 이어졌다. 순환매는 시장의 주도 자금이 한 업종에서 다른 업종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다만 순환매 장세에서는 상승 종목을 뒤늦게 추격하기 어렵다. 상승폭이 이미 커진 뒤 매수하면 추가 상승인지 단기 반등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수익 실현 구간도 짧아진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상승 종목이 존재했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매매 난도는 높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채금리 5%, 외국인 수급을 가른 심리적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5%를 넘어서면서 코스피는 장중 변동성이 커졌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주식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커진다.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처럼 미래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종목일수록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 이경민 전문가는 최근 외국인 수급이 환율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고 진단했다. 미국 채권금리가 4.8~4.9%를 넘어선 뒤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했고, 금리가 안정되면 외국인 매수가 다시 유입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 시장의 핵심 변수는 결국 금리 안정 여부다.
코스피가 7,000선을 넘나든 뒤 6,600선까지 조정을 받은 상황에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그동안의 상승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가운데 외국인과 금융투자 수급까지 약해지면서 지수의 반등 탄력이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AI 속도 조절론은 투자 축소와 같은 말인가
AI 관련주 약세의 출발점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보안과 안전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논의였다. 시장은 이를 AI 투자 축소와 데이터센터 수요 둔화로 빠르게 해석했다. 그 결과 미국 시장에서 국내 증시 흐름을 추정하는 ETF는 6% 넘게 하락했고, D램은 4% 이상,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에 가까운 하락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발 속도 조절과 투자 속도 조절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AI 모델의 안전성과 보안 문제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진행해 온 설비투자와 인프라 투자를 당장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전문가는 “누가 먼저 투자를 줄이겠다고 나서겠느냐”며 AI 산업을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평가했다. 한 기업이 투자를 늦추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논란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근본적 변화라기보다 당분간 이어질 노이즈로 판단했다.
프론티어 모델이 늦어져도 추론형 AI 수요는 남는다
AI 모델은 크게 학습과 추론 과정으로 나뉜다. 학습은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이고, 추론은 학습된 모델이 실제 질문에 답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이다. 프론티어 모델은 최첨단 성능을 목표로 개발되는 대규모 AI 모델을 의미한다.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 김장열 전문가는 프론티어 모델의 개발 속도가 일부 조절되더라도 추론형 AI에 필요한 연산 자원 수요는 별개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론 과정에서도 GPU·메모리·네트워크 칩·케이블·서버 랙 등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계획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로 발전할수록 추론 연산량은 늘어날 수 있다. AI가 스스로 개선되는 ‘재귀적 자기 개선’ 기능과 보안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기술적 위험성을 보여주는 신호지만, 그것이 곧 반도체 수요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AI 속도 조절론’이라는 한 문장만 보고 반도체 업종 전체를 동일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학습용 수요와 추론용 수요, GPU와 메모리, 대형주와 소부장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대형주가 싸도 바로 오르지 않는 이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통적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밸류에이션은 기업의 이익이나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다. 그러나 주가가 싸다는 평가만으로 상승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현재 대형 반도체주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수급 꼬임과 추세의 공백이다. 앞선 상승 과정에서 차익 매물이 출회됐고, 금리와 AI 논쟁이 겹치면서 매수 주체가 확실히 자리 잡지 못했다. 신한투자증권 황유현 팀장은 직전 주도주가 다음 주도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반도체 대형주가 아닌 소부장이나 새로운 섹터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구간에서 중요한 것은 ‘싼 종목 찾기’보다 수급과 추세가 동시에 개선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가격이 낮아 보여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이어지고 거래가 분산된다면 주가는 오랜 기간 정체될 수 있다.
결론
9월 15일 증시는 미 국채금리 5%와 AI 속도 조절론이라는 대형 악재를 동시에 소화했다. 코스피는 약세였지만 코스닥과 일부 개별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했고, AI 인프라 수요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투자자가 바로 점검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 아래로 안정되는지 확인한다.
- AI 관련주를 학습용과 추론용 인프라로 나눠 수요 구조를 점검한다.
- 상승률보다 외국인·기관 수급과 거래량이 함께 개선되는 종목을 우선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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