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대형언어모델(LLM)은 자연어 생성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AI가 소프트웨어의 의사결정을 직접 처리하도록 설계한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했다. 속도와 비용, 안정성이 핵심인 자동화 분야를 겨냥해 텍스트가 아닌 구조화된 판단을 출력하는 AI 모델이 공개된 것이다.
‘챗GPT’와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 개발에 참여한 오픈AI 출신 디오고 알메이다는 15일(현지시간), 2년간 개발한 새로운 AI 모델 ‘제브(Jev)’를 공개했다.
제브는 기존 LLM처럼 텍스트를 한 토큰씩 생성하지 않고, 구조화된 의사결정을 병렬로 출력한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빠르고 효율적인 AI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알메이다는 오픈AI에서 언어모델이 사람의 지시를 따르고 대화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이 연구가 챗GPT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대화형 모델이 AGI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지만, 이후 챗 모델에는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방향의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가 설립한 타입세이프 AI(TypeSafe AI)는 2년간 비공개 개발을 진행하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끝에 첫 번째 ‘시스템 원(System One) 모델’인 제브를 선보였다. 시스템 원 모델은 자연어 생성 그 자체보다 소프트웨어 자동화에 필요한 빠르고 구조화된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유형의 프론티어 AI 모델이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RLHF나 RLVR(정답 기반 보상 강화학습) 대신 ‘보정된 의사결정 강화학습(RLCD, Reinforcement Learning for Calibrated Decisions)’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RLCD는 정밀하게 보정된 의사결정을 위해 설계된 학습 방식으로, 제브가 높은 정확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구조화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제브는 기존 LLM처럼 문장을 순차적으로 생성하지 않는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태를 입력받으면 여러 선택지의 확률을 병렬로 계산하고, 소프트웨어가 즉시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확률적 결정을 출력한다. 회사는 이를 “프론티어 지능을 함수 호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문자열 생성 기능을 내려놓는 대신 구조화된 출력과 타입 안정성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타입세이프 AI는 제브가 일반적인 의미의 환각을 일으킬 수 없고, 타입 오류 역시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러 단계로 연결된 자동화 시스템에서 잘못된 도구 호출이나 형식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설계라는 설명이다.
타입세이프 AI는 시스템 원 작업에서 기존 LLM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면서도 최대 약 100배 이상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일부 실제 업무 워크플로에서 기존 LLM보다 최대 193.6배 빠르고 444.6배 저렴하다는 수치도 제시돼 있다. 다만 회사는 이 수치가 실제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결과일 수 있으며, 장기적인 가격 지속 가능성 등은 앞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가 방식도 기존 AI 모델과 달랐다. 회사는 정답 분류를 기준으로 모델을 평가하는 대신, 모든 모델에 동일한 코드 기반 워크플로를 제공한 뒤 규모와 성능이 가장 높은 외부 모델들의 예측 확률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제브는 이 평가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속도·비용 영역에서 파레토 최적 경계(Pareto frontier)에 올랐다.
환각을 막으면서도 확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제시했다. 실제 기업 자동화 업무에서는 하나의 질문에 단순히 예·아니오로 답하기보다, 수많은 독립적인 질문으로 세분화해 각각의 가능성을 계산한 다음 최종적으로 분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활용 사례도 공개했다. 한 사례에서는 게임의 현재 상태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입력받아 실시간으로 행동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위키피디아의 한 페이지에서 시작해 링크만 따라가 특정 페이지에 도달하는 게임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는 매 단계 수백~수천 개의 링크 중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과 환각 방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타입세이프 AI는 자연어 생성에 특화된 기존 LLM을 제브로 대체하기보다, 소프트웨어가 안정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AI 인터페이스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제브의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으며, 개발자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실제 사용 사례를 통해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